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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사투리 쓰지마'…SNS 공분 부른 대학가 황당 차별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부산닷컴=조경건 기자] 서울 소재의 한 대학교 학생이 같은 학과의 부산 출신 학생에게 "사투리를 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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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동안 사투리 이야기로 SNS가 시끌시끌했다. 내가 링크해놓은 기사를 보면 알 텐데, 서울 소재한 대학교에서 부산 출신의 학생에게 과의 학생들을 대표해서 과대표가 사투리를 고치라고 요구한 것. 표준어 사용을 거부하자 그걸 또 조롱 조로 캡처해서 인터넷에 글을 올림. 지역 차별이라는 말이 당연히 나왔고, 그 사람은 사과하기는 했으나 '우리 학교를 지잡대라고 하지 말아달라, 서울에 있는 학교다', '부산 오면 사투리 쓰지 말라는데, 갈 일 없다'는 식으로 말해서 또 비난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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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쟁 와중에 서울말이 표준어가 아니라 서울말도 사투리라고 말하는 사람이 나오니까, 서울말은 표준어라고 사투리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나옴. 국립국어원이 서울말과 표준어가 일치하는 것이 아니고, 서울말은 경기 사투리의 일부라고 말을 해줘도 끝까지 자신을 사투리 사용자로 인정하기를 거부하더라. 저 글을 쓴 사람도 자기는 표준어 사용자라고 주장하면서 정작 글의 맞춤법은 엉망이었지. 표준어 사용자라고 주장할 거면 '표준어는 전국 공통이다'고 주장을 하든가, '나는 지방에 갈 일 없이 서울에만 있을 거다'라고 주장하는 건 뭐냐. 100세 시대에 100살이 되도록 서울 밖을 벗어나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건가.

대학에 다닐 때 어떤 서울 출신 사람이 '루이는 서울 출신 아닌데도 사투리가 거의 없다'는 말을 칭찬 조로 하더라고. 왜 그게 칭찬인지 몰라서 '서울말이라고 표준어는 아니고 서울 사투리도 있지요'라고 말하니까, '아니지' 하면서 반박하던 게 떠오름. 자신이 쓰는 언어를 정상어에 놓고, 다른 사람의 언어를 비정상어에 놓고 싶은 욕망인 걸까? 사투리를 뭐라고 생각하길래 자신은 표준어 사용자라고 우기는 걸까, 표준 발음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표준 맞춤법을 지키는 것도 아니면서.

자신을 중심에 놓고 싶어하는 심리를 또 느꼈던건, 전부 다 자기를 서울 사람이고 지칭한다는 것이다. '어서 왔어?'라고 물어보면 다 서울서 왔대. 분당에서 왔든 이천서 왔든 청주에서 왔든 다 서울에서 가까우니까 서울에서 온거래. 그래놓고 전근온 것을 좌천된 것으로 여기면서 지역민에게 열등감과 우월감은 엄청나게 내비쳐요. 그렇게 성질부리면서 인망 다 잃어놓고 지역민들이 텃세부린다고 말하는걸 몇 번 봤거든.

초등학생 때 내가 살던 곳으로 전학온 애가 있었다. 청주서 온 애인데 서울에서 가깝다고 자기는 서울 사람이라고 우기면서 자기는 여기에 온게 싫다고 내 앞에서 열등감을 폭발시키고는 했지. 어리버리했던 나는 그 열등감들을 다 받아주고. 근데 유아기 때 서울에 살고 일주일에 한 번씩 서울로 오가는 삶을 살았던 내가 보기에 그 아이는 딱히 서울에서 문화생활을 즐긴 것도 아니었고 추억이 있는 애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다른 학생들을 무시하려고 하더라고. 그 태도를 어디에서 배웠겠냐. 다 집안에서 부모한테 배운 걸 학교에 와서 드러내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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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차별을 하면 안 되는 이유는 인종차별을 하면 안 되는 이유랑 비슷하거든. 다름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지역 차별을 하는 사람들의 논리나 인종차별을 하는 사람들의 논리나 비슷함. 사투리가 자신들의 귀에 너무 게걸스럽게 들렸다는데, 한국어는 뭐 외국인들의 귀에 게걸스럽게 안 들리라는 법 있나. 미국 스타벅스에서 한국어로 대화하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영어만 쓰라고 나가고 인종 차별했다는 소식 안 들어봤나.

평생 자기는 차별당할 일 없을 거라 믿는 것 같은데, 시야를 좀 넓혀보는 건 어떨지 싶습니다. 진짜 조그만 회사 다닐 거 아니면 다른 지역으로 출장도 가야 할 거고, 큰 회사나 국가직 공무원이 될 거면 다른 지역에서도 일해보고 그래야 할 텐데. 해외여행 가서도 게걸스러운 한국어 쓰지 말라는 말 들으면서 한국인이랑도 다 외국어로만 대화할 거 아니라면야.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다른 사람의 존재를 거부하면 안 되지요. 내 귀에 거슬리는 사투리를 거부하는 거 이거 너무 편의주의적인 발상 아니냐. 어떤 논리를 갖다 대도 어처구니없는 발상인데 말도 안 되는 변명만 늘어놓다가 결국에는 꼬리 내린걸 보면 원글쓴이도 이번 일로 깨달은 게 있기를 바라는 마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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