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블랙핑크 로제


<탈페미한 가오킹의 트윗>


요즘 트위터에서 자칭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이 페미니스트를 그만두고 가오킹이 되는 경우가 많이 늘고 있다. 이미 여남 구조가 불공평하다는 걸 깨달았는데 어떻게 페미니스트가 아닐 수 있는지 궁금하지만, 어쨌든 그들은 그렇게 주장한다.

가오킹이 무엇인지 알려면 2015년 이후의 넷페미사를 설명해야 한다. 트위터에서는 나페미 해쉬태그 운동이 있었고, 디시인사이드에서는 메르스 갤러리가 탄생했다. 메르스 갤러리에서 메갈리아라는 독립 사이트가 파생되었고, 메갈리아에서 성소수자 차별 금지에 반대하는 집단이 나와서 워마드를 만들었다. 워마드 계열 대부분이 성소수자, 특히 트랜스젠더를 부정하던 terf계열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이다. 그중 일부가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는 등 박근혜 복권을 외치더니, 페미니스트라면서 박근혜 복권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다른 페미니스트들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이제는 자신들은 페미니스트가 아니라 박근혜 복권을 주장하는 우파 여성이라면서 자신을 가오킹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가오킹은 '가디언즈 오브 킹혜'의 줄임말로 박복권 지지자들이 쓰는 말이다.

'가장 과격했던 페미니스트들이 탈페미를?'이라면서 놀라는데, 이들은 사실 지쳐서 나가떨어진 것이다. 그들은 대한민국 모든 여성이 탈코를 하고 모든 여성이 남자 아이돌 소비를 중단하고, 비혼, 비연애, 비섹스, 비출산의 4B를 실천하면 곧 여남차별이 없어질거라고 생각했거든. 그래서 그들의 신념에 따르지 않는 여성들을 공격해옴. 근데 그게 가능한지는 둘째치고 그게 옳은 방향인지도 명확하지 않음. 그런데도 참여하기 주저하거나 거부하는 여자들은 개돼지(미개한 사람)라면서 비난해옴. 그런 식으로 운동을 하는데 사람이 감화될 리가 있나. 눈에 보이는 결과로 긍정적인 피드백이 와야 하는데 그런 긍정적인 피드백이 오지 않으니까 지친 거지. 빨간약 먹어서 여성 혐오 사회의 구조적 문제는 깨달았는데 생각만큼 개선을 못 시키니까 지친 거야. 이제는 자신들이 노력하기를 포기하고 백마 탄 초인이 '짠' 하고 나타나 구해주기를 원하고 있음. 그 백마 탄 초인이 4B를 실천해온(것처럼 보이는) 박근혜임.

내 생각에는 페미니스트라면서 공부는 안 하고 무리하게 다른 여자를 계몽하겠다는 의욕만 넘쳐서 저런 결과를 낳은 거로 보이거든. 가부장제는 청동기 시대부터 있었던 제도임. 수천 년 동안 있었단 말이지. 지금부터 100년 내로 남성우월주의 사회가 혁파되어도 매우 빨리 사라진 편에 속함. 그래서 길게 봐야 할 필요가 있음. 그리고 지금 속도가 느린 것도 아님.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내려졌고, 미투 운동, 소라넷 폐지, 불법 촬영 제재 법안 등이 통과되는 등 적지 않은 진보가 있었음. 근데 이 진보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신이 노력했으니 2~3년 안에 모든 분야에서 남녀 성비가 맞춰지고 여성 혐오가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다 보니, 그동안의 성과들이 하찮게 보이고, 그 원망을 다른 사람에게 하고 있는 것임.

선대 페미니스트들이 축첩제 폐지부터 시작했던 것처럼 지금의 페미니즘도 목표를 쪼개서 나가는 게 당연한 거든. 성범죄 근절 노력, 여남 동일고용 동일 임금 등등 차근차근히 해나가야 하는데 2, 3년 하더니 못 해 먹겠다고 박근혜가 다시 집권해서 다 이루어 달라고 그러는 것임.

솔직히 탈코 운동도 나는 의문인 게 성형외과 광고 금지 법안 같은 제도적인 노력은 거의 없고 개인의 실천만 강조하고 있잖아. 외모지상주의를 공격했던 안티 미스코리아 운동도 소비자가 아닌 제도 자체를 풍자했는데. 그것처럼 성형외과 광고 등을 겨냥할 수도 있는데 오로지 여성 개개인을 탈코시켜서 페미 전사로 만들기에 급급했음. 이건 종교에서 쓰는 방법임. 사람 하나하나를 교화시키는 방법 말이지. 그런데 종교는 사람에게 행복한 내세를 보장해주기 때문에 그게 가능한 거지. 탈코한 사람에게 보장해줄 수 있는 건 여성운동에 이바지한다는 보람뿐임. 하는 것에 비해 보상이 약하단 말이지. 투블럭까지 권하는 탈코운동이 지속해서 오래가기는 힘들다고 생각함.

너무 교조적으로 구니까 사람들이 거부반응을 보이기도 하고. 어떻게 3천만 여성이 다 이해관계가 다 다른데 똑같이 움직일 수가 있겠음. 여성투표권에 반대했던 여자도 있고, 축첩제 유지 원했던 여자들도 있었음. 근데 다수가 그렇지 않으니까 바뀐 거야. 싫다는 사람은 놔두고 설득할 수 있는 사람부터 설득하는 게 우선임. 정치는 반대쪽을 내 쪽으로 끌어들이는 것보다 중도파를 내 쪽으로 끌어들이는 게 더 우선이고 더 중요함. 근데 흉자는 패야 한다느니 어쩐다느니 하면서 같은 여성을 막 공격하지를 않나 싫다는 사람 계속 끌고 가려고 하니까 서로 지치잖아. 사람들이 대부분 동의하는 의제인 성폭력 근절, 동일노동 동일 임금 부분부터 시작해도 되는데. 현실적 목표를 가지고 전략적으로 여유 있게 나가지 못해서 저렇게 됨.

여자 욕하는 습관은 아직도 남아있어서 탈 페미 했다고 하니까 이제는 대놓고 흉자욕이라면서 여자 욕을 하지를 않나. 예전에는 여자 욕할 때 태도와 외모를 지적하더니 요즘은 흉자적 태도와 코르셋을 입은 외모라고 비난함. 결국 이전과 다른 게 없음. 모든 것은 여자 탓으로 회귀하지요. 사회의 여성 혐오를 비판하면서 자기 내면의 여성 혐오도 성찰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음. 자기 내면의 여성 혐오는 그냥 두고 다른 사람 비난하기에 급급한데 이러면 설득력이 있겠니. 페미니즘의 이유로 여자를 비판하려면 조심스러워야 함. 근데 그게 없어. 공부하고 다른 뜻으로 왜곡되지 않도록 정확하게 비판해야 하는데 욕만 과격해지잖아.

공부 안 하고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는 선은 그냥 '여자 욕 안 하기' 정도까지임. 일단 여자 보면 관대해지려고 노력하고 비난은 삼가는 거. 근데 다른 여자를 계몽하고는 싶고 비판까지 하고 싶은데 공부는 하기 싫으니까 저 꼴이 났지. 지금 번아웃 된 것도 선대 페미니스트들이 다 겪었던 거라서 공부하다 보면 나오는 데 그냥 지치니까 저렇게 흑화되었지요.

4B를 실천한 박근혜가 그들의 구미에 맞기는 하지만,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복권될 가능성보다 나경원이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더 높음. 자기계발 전문가들은 '실현 불가능한 목표는 없다, 실현 불가능한 짧은 기간이 있을 뿐이다'라고 이야기하거든. 여성 평등을 이루는 것도 불가능한 목표는 아닌데 너무 짧은 시간에는 불가능함. 페미니스트일 때는 이런 불가능한 목표에 매달려놓고, 탈 페미 했다고 해놓고 또 박근혜 복권이라는 가능성 낮은 일에 매달리고 있음.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맞나 봐.

가오킹은 문재인이 적화통일을 하려 한다고 문재인이 탄핵당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때 지난 적화통일론을 주장하고 있어서 사람들이 귓등으로도 안 들음. 정덕들도 마찬가지. 그래서 가오킹들의 억울함은 계속 쌓여만 가는 중이다. '나는 다단계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말에는 다단계 사업을 하면 안 되는 여러 가지 이유가 포함되어 있어서 논리적이다. '너 박근혜 지지자지'라는 말에는 박근혜를 지지하면 안 되는 여러 가지 이유가 포함되어 있어서 논리적이라고 사람들이 생각한다. 근데 정치에 갓 입문한 가오킹들은 도대체 왜 자유한국당을 지지자라는 이유로 박근혜 지지자라는 이유로 먹금당하는지 이해를 못 한다.

자유한국당도 가오킹을 도와주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정치를 잘하는 것만은 아닐진대, 5.18 망언, 황교안의 광주 방문, 사립유치원법 사태, 동물 국회 사태 등 자유한국당이 가오킹의 가오를 상하게 하고 있다. 이러니까 가오킹의 적은 자유한국당이 아닐는지. 그리고 자유한국당과 여성인권이 어울리는 지도 고려해봐야 할텐데 그건 무시하는 중임. 

가오킹들이 정덕의 세계로 입문한 걸 보니까 결국 광인 중의 광인은 정치광이 아닌가 싶고. 다들 정치광인으로 수렴하는 것 같기도 함. 그리고 박근혜처럼 코어 짱짱한 아이돌이 되려면 역시나 공개연애나 결혼은 하면 안 되는구나 싶기도 하고. 일베 미러링하다가 정치성향도 일베 닮아가는 것 같아서 걱정되기도 함.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