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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때 인터넷 헤비유저였다. 지금도 인터넷 헤비유저다. 그때와 지금이 달라진 바가 있다면 요즘은 인터넷에서 일어나는 싸움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다. 시간 많았던 대학생 시절에는 게시판을 부지런히 이용하기도 했었다. 온라인에서의 토론이 유용하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생각이 바뀌었다.

저 짤처럼 돈 안 받고 직업 없고 시간만 많은 애를 인터넷에서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하는 데에는 비용이 얼마 들지 않는다. 사람이 걸러진 공간도 아니다. 그야말로 아무나 다 할 수 있는 공간이다. 혹자는 이것을 민주적이라고도 하지만 전문성이 먹히지 않는 공간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뜨거운 온라인 토론 중에서 내가 잘 아는 분야에서 틀린 지식이나 주장이 나오면 식어버리고 만다. 그런 경우는 생산적인 논의가 아니라 그냥 이기기 위해서 서로 아는 척 배틀을 벌이고 있을 뿐이다.

인터넷은 시간 많은 자가 이기는 곳이라는 주장에 백배 공감한다. 시간 많은 사람이 이긴다. 나무위키의 문제점도 그것이 아니겠는가. 시간 많은 자가 더 많이 수정할 수 있는 공간이니 전문성이 있는 자보다 시간 많은 자가 승리하고 만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도 느낀다. 초반에 블로그 글에 시간을 많이 투자할 수 있었을 때와 지금의 글의 퀄리티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때와 지금의 글이 다르다고 느낀다. 다른 사람도 다르다고 느끼더라.

내 블로그에 방탄소년단 정국 팬 한 명이 저번 주부터 내 블로그에 댓글 도배를 시도하고 있다. 차단하자 이번에는 다른 아이피 주소로 와서 댓글을 적고, 또 차단하자 또 다른 아이피 주소로 와서 댓글을 적는다. 내 블로그는 내 개인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그를 내쫓고 싶지만 티스토리 정책상 이런 방식으로 막으려면 내가 매일 블로그에 접속해서 확인해봐야 뜻이기도 하다. 생각만 해도 기가 빨린다. 그 한 사람을 내 블로그에서 내쫓기 위해 이렇게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니.

인터넷 배틀에서 이기는데 필요한 자산은 시간이다. 그러나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싸움에서 이겨봤자 남는 것은 없다. 온라인 배틀에서 승리한 것을 이력서에 적을 수도 없고 주변에 자랑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무 소득도 없는 곳에 시간을 써봤자 소득이 없으니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은 점점 더 인터넷 싸움에 참전하지 않게 된다.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일수록 현생 삶이 좋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사람은 인터넷 싸움을 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시간을 생산적인 곳에 사용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만 남아서 비생산적인 싸움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시간은 줄어들고, 악순환이 계속된다.

그러니 트위터에서처럼 맞지 않는 사람은 블락해버리는게 인터넷을 하는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만 계속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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