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ㅂㅌ이 여혐을 한 게 잘못된 거고 고쳐야 할 부분임은 분명하지만 여혐을 한 수많은 남돌중에서 유독 ㅂㅌ만 여혐으로 많이 까이는 이유가 뭘까요 ㅂㅌ이 여혐을 제일 많이 했기 때문일까요 .. 제가 페미에 대해 알게된 지 얼마 안돼서 잘 모르겠네요 아직 ..


0.

안녕하세요. 질문자님이 제게 이런 질문을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이런 질문은 보통 신뢰할만한 사람에게 하잖아요. 좋아하는 가수의 약점에 대해서 질문하는거니까. 민감한 문제를 제게 질문해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저도 사실 페미니즘을 깊게 공부하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제 생각을 말씀드릴게요.

1.

일단 질문자님은 방탄소년단이 여성혐오를 공표한 사실은 인정을 하고 계시네요. 다만 다른 여성혐오 혐의가 있는 남자 아이돌에 비해서 방탄소년단이 과하게 비난 받고 있는거 아닌지 우려하시고 있고요.

사실 지구상에서 여성혐오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사실 인류 문명은 여성혐오로 이루어져있거든요. 다만 문명이 발전할수록 여성혐오는 줄어들고 있어요.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여성 혐오를 걷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여성혐오는 점점 걷히고 있는 중입니다. 돌 맞아가면서 축첩제 폐지, 호주제 폐지 운동을 하신 분들도 여성혐오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고 인정하시니까요.

그러나, 일단 여성혐오를 걷어내기는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청소에도 우선순위가 있듯이 사회의 여성혐오를 걷어내기 위해서도 우선순위가 있어요. 가장 큰 장애물부터 치우지요.

우선 여성의 재생산권 보장이 가장 큰 핵심이죠. 낙태를 하지 못한다면 성폭행해서 임신시켜버리면 그만이거든요. 임신을 하면 여성은 육체적, 경제적, 심리적으로 취약해져버리니까. 그걸 보호하기 위해 낙태권을 보장하라는 운동이 가장 먼저 벌어졌지요.

그 후로는 여성의 경제적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해서 남녀 동일임금을 보장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었고, 최근에는 성범죄, 데이트 폭력 등의 여성혐오 범죄 척결을 위한 미투운동으로까지 이어지고 있고요.

사실, 연예인의 여성혐오는 여성혐오 범죄(성범죄 등)가 아닌 이상 사회 전반에 끼치는 정도는 크지 않아요. 연예인의 청소년 문화에 영향을 주고, 청소년 역할 모델을 한다고 해도. 연예인의 삶이 국민의 민생에 직접적인 큰 영향을 주지는 않거든요.

2.

아이돌 판이 사회제도나 사회구성원들의 의식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쳐도, 아이돌 판의 여성혐오도 사라지는게 성평등에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죠. 아이돌 문화가 발전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은 아이돌 문화에서 여성혐오가 없어지기를 바라요. 저도 질문자님도 여기에 동의하고 있는것 같네요.

근데 방탄소년단은 아쉽게도 아이돌 판에서 여성혐오의 최고봉을 달리고 있거든요. 그래서 대표적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거고요.

일단 방탄소년단은 공식적으로 본인들의 여성혐오를 공표했어요. 자신들의 앨범에 담긴 노래를 통해서. 판사는 판결문으로 말하고, 영화감독은 영화작품으로 말하고, 가수는 노래로 말하는 법이죠. 가수라면 자신의 노래에 책임을 져야죠. 프로듀서, 작사가 탓을 한다면 결국 스스로가 남들이 시켜서 움직이는 인형과 같다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어요.

<호르몬 전쟁>, RM의 믹스테이프 가사, <Not today>의 유리천장 가사에 이르기까지 방탄소년단의 노래는 수없이 많은 여성혐오 가사 논란을 일으켰어요. 그렇지만 묵묵부답이었다가 동아일보에 기사가 실리니 그제서야 공식 입장을 밝혔어요. 그 이후에도 <호르몬 전쟁>은 공연에서 불렸고. 아직까지도 <Not today> 유리천장 가사는 수정되지 않았습니다.

RM은 여성학교수의 검수도 받는다, <82년생 김지영> 책을 읽었다는 식으로 응답했고요. 오로지 팬들만 만족시키는 피드백이었습니다. 팬들은 노력하고 있다고 기특해했지만, 정작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거죠. 결국 면피용이 아닌가 하는 비판에 시달렸어요. 자신의 커리어에 묻은 여성혐오를 지우지 않겠다는 뜻이니까요.

요즘은 미국 헐리우드에서도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아서 미국 힙합계에서도 여성혐오적 가사를 퇴출하는 시대거든요. 이런 시대와 역행하는거죠.

그리고 비공식적인 언행들. 말과 행동들은 다 찾아보시면 알 거라고 생각해요. 방탄소년단의 모든 멤버가 여성혐오적 언행을 해서 논란이 있어요. 관습적이고 유행에 따른 여성혐오가 아니라, 여성을 성적인 도구로만 보는 가장 질이 낮은 여성혐오였고요. 여기에도 피드백이 따르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 정리해볼게요. 일단 방탄소년단은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자신 안의 여성혐오를 공표했어요. 가장 많이, 가장 심하게. 거기다 방탄소년단은 지금 Top 아이돌이기 때문에 파급력도 커요. 그리고 적극적으로 고치려는 의지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3.

질문자분이 방탄소년단이 비난 받는 것에 속상해하는게 느껴져요. 방탄소년단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들이 비난 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지만, 그 화살이 때로는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일거에요.

사람들이 아미를 비난하는 이유는 단순해요. 아이돌도 서비스직종의 일부에요. 고객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지요. 방탄소년단이 아티스트라고 자유롭게 곡작업을 하고 활동한다고 주장을 해요. 그렇지만 열애설은 봉쇄하고 있지요. 왜냐하면 방탄소년단의 고객인 팬들은 열애설이 나는걸 원하지 않거든요. 그러면 방탄소년단의 수익은 줄어들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만약 아미가 방탄소년단의 여성혐오에 단호하게 대응했어도, 방탄소년단이 여성혐오를 했을까?'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거에요. '방탄소년단은 여성혐오 가사를 수정할 생각이 없고, 아미는 그것을 용인하는 거 아니냐. 쿵짝이 맞는다' 뭐 이런 이야기에요.

결국 페미니스트로 스스로를 정체화하셨다면, 또 방탄소년단이 올바른 젠더의식을 갖기를 바란다면 방탄소년단의 여혐가사 수정을 요구하는 여론에 협조를 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해요.

4.

그러면 '아미라는 이유로 인신공격을 받아야 하는가' 하는 억울함이 생길 수 있어요. 물론 아닙니다. 세상 누구든지 다른 사람을 모욕할 권리는 없어요.

각 개인은 복잡한 존재에요. 내가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 아미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자식, 친구, 연인, 동료 등의 여러가지 정체성들이 뒤섞인 존재거든요. 그것들을 모두 무시하고 '아미'라는 하나의 특징만으로 그 사람을 단정짓고 공격하는건 매우 어리석은 일입니다. 아미도 모두 다 다른 개인이기 때문에, 성평등을 얼마나 지지하는지 알 수 없어요. 누군가가 아미라는 이유로 공격한다면, 그건 성급한 치기 때문일겁니다. 깊게 생각하지 않고, 눈에 보이는 누군가를 공격하고 싶은 성급한 마음이요.

격리시켜야 할 범죄자가 아니라면, 사회에서 같이 살아가야 할 존재들이에요. 그 점을 인정하고 너와 나 안에 있는 여성혐오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는게 맞아요.

5.

방탄소년단이 아이돌 판에서 질과 양, 파급력 모두 최고인 여성혐오를 했다 해도, 아이돌판 자체가 한국 사회에 끼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아요.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 것에 지나친 죄책감을 갖지 마시고, 방탄소년단이 여성혐오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여론에 동의하시고, 방탄소년단의 팬 이전에 한 개인으로서 사회의 여성혐오 퇴치에 동조하면 그만입니다. 큰 건은 낙태, 남녀동일임금, 여혐범죄 퇴치거든요.

사실 남자아이돌을 좋아하니 마니 하는 문제보다, 여자 아이돌을 욕하지 않는게 더 중요하기도 하고요.

너무 속상해하지 마시고, 행복한 덕질 하시기를 바랍니다.

(2018-03-21)

원문 링크: https://ask.fm/Amanda_Kim01/answers/147141558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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