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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스틴 로아


페미니즘적 행보로 인해서 오히려 상처를 받게 되는 여성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파요 루키즘으로 고통받으시는 분들이나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가 까인다는 이유로 상처를 받고 싸움이 일어나는 경우를 많이 보았거든요ㅜㅜ 여권 신장을 위한 어쩔 수 없는 희생인걸까요?? 그들의 상처가 인권 운동 앞에서 축소되고 하찮은 존재로 여겨지는 것이 슬퍼요

우선 '사랑하는 남자가 비난받아서 슬프다'라는 말에서 슬픈 이유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상처받았기 때문’만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사랑하는 여자가 비난받았을 때 남자가 받는 상처의 크기’와 ‘사랑하는 남자가 비난받았을 때 여자가 받는 상처의 크기’가 다르잖아요. 그러면 ‘사랑하는 사람이 비난받았다 사실 외에 상처받는 이유가 플러스알파가 되는 게 아닐는지요.

여권 낮은 나라에서는 남자의 유무가 매우 중요하거든요. 남자가 사회적, 경제적 울타리가 되는데 남편이나 아들 등 남자와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여자는 생존조차 힘든 예도 있어요. 내전이나 테러가 일어나는 지역 등에서는요. 굳이 그렇지 않더라도 경제적으로 남자에게 종속된 경우라면 정서적으로 독립되기가 힘들죠. 한국처럼 남녀 임금 격차가 40%에 달하는 나라에서는요.

60년대생들이 쓴 수기를 읽어보면 그 당시에는 시어머니가 아들 내외가 성관계하는 걸 방해하려고 아들 내외 사이에서 잠자는 경우도 꽤 많았고, 90년대 학번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들 성적이 떨어졌을 때 아들 여자친구를 물리적으로 폭행한 때도 많았고, 2000년대 초까지 여성잡지에는 ‘아들이 설거지하는 걸 보았다. 며느리가 너무 밉다’는 글도 실렸거든요. 내 아들이 왜 설거지를 해야 하냐면서요.

내 아들이 비난받으면 자신의 경제적 사회적 울타리가 무너지는듯한 위협을 느끼는 거죠. 대접받는 내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대접받는 느낌을 받기를 바랐는데 그 욕구가 무시된 느낌을 받고요.

2018년 지금 어머니들이 아들을 덜 사랑해서 밤에 아들과 며느리 사이에서 잠을 자지 않고, 아들 성적이 떨어졌다고 여자친구를 공격하지 않는 것이며, 아들이 설거지해도 며느리를 비난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사랑하는 마음은 여전하죠.

다만 정서적으로 분리가 된 거지요. 아들이 다른 여자랑 사랑해도 상처를 덜 받고, 아들이 성적이 떨어진 것은 다른 여자 탓이 아니고, 아들이 며느리에게 왕처럼 대접받지 못해도 어쩔 수 없다는 걸 일부 긍정하기 때문입니다. 점점 정서적으로 분리가 되거든요. 자신과 아들이 타인이라는 걸 받아들이기 때문에 그런 행동들에 분노하지 않고 상처받지 않는 거지요.

유럽에서도 여권이 상대적으로 낮은 남유럽권에서 어머니와 아들이 밀착되고 정서 분리가 안 된다고 하지요. 최근 발표된 논문에서는 경제적으로 독립적이어야 여자들이 나쁜 결혼을 끝낼 수 있다고 하는데, 경제적인 이유뿐만이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남자에게 독립적이라서 가능한 거지요.

‘사랑하는 남자가 비난받아서 상처를 받는 게 두려우니 비난하지 말라’는 건 ‘내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다른 여자가 착취당해달라’는 말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익명 님은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겠지만, 그런 위험성이 매우 크거든요.

저는 요즘 성폭행범 부모가 예전과 달리 ‘내 아들은 결백한데 꽃뱀이 꼬신 거다’라면서 성폭행 피해자를 괴롭히지 못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성폭행 피해자보다 성폭행 범죄자가 더 당당하게 나서고 ‘내 사랑하는 아들을 지켜야 한다’라며 성폭행 피해자를 괴롭혔던 과거의 성폭행 범죄자 부모를 생각하면 화가 나거든요.

‘내가 여자라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고통’과 ‘내 남자가 비난받아서 받는 고통’ 둘 중에 후자가 더 크게 느껴진다면 글쎄요, 좀 더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여권이 신장할수록 ‘사랑하는 남자가 비난받았을 때 여자가 받는 상처의 크기’가 ‘사랑하는 여자가 비난받았을 때 남자가 받는 상처의 크기’의 정도로 줄어들 겁니다. 이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생각해요. 남자와 자신을 분리 못 하는 걸 용인해주는 건 해롭다고 생각해요.

(18-07-04)

원문 링크: https://ask.fm/Amanda_Kim01/answers/149372950705


2018/07/14 - [페미니즘] - 루키즘을 어떻게 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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