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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루키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실 제일 궁금하고 의문도 많았던 부분이에요 저도 한때는 사회에서 여성이 남성에게 평가 당하는 것을 미러링한 이 운동이 꽤 의미가 있다고 보았었거든요 그런데 그 대상이 여성이든 남성이든간에 일단 루키즘 자체에 트라우마가 있는 여성분들이 계시다 보니까 참 생각이 많아지는것 같아요 궁극적인 목표가 여권 신장에 있더라도 그 과정에서 여성에게 상처를 준다면 다른 방법을 모색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더라구요 아님 이것도 정서 분리의 문제로 보시나요??

루키즘 문제는 정서분리가 아닌 경우도 많죠. '비만 남성'을 비하하기 위해서는 '비만'이라는 속성을 비하해야하거든요. 그러면 비만여성이 상처받는건 당연하죠. 자신이 갖고 있는 속성을 비난했으니까요.

근데 이 루키즘이 미러링의 의미도 있지만 남성을 대상화한다는 의미가 있잖아요.

미수다에서 '남자 키 180cm는 루저'발언이 그렇게 큰 후폭풍을 불러온 것은 남성의 신체도 수치화되어서 평가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죠. 그 전에는 여자 가슴크기, 허리 둘레 등등 신체를 수치회해서 숫자로 몇kg 이상은 뚱녀라는 식으로 비하하는건 여자에게만 가능하다고 믿었거든요. 만약 미수다에서 그 분이 '나는 키 작은 남자가 싫어요'라고 했다면 남자들 대부분 '나 정도면 키가 크지'라면서 정신승리하고 넘어갔겠죠.

180cm 루저 발언은 분명히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말이지만, 남성의 신체를 보는 시각을 전환시켜버린 발언이라고도 생각하거든요. 남자의 신체도 수치화되어 평가될 수 있다는 생각이요.

루키즘을 없애서 사람의 신체를 수치화하고 조롱하고 외모로 평가하는 일이 없는 것이 이상적이죠. 지금 여성들에게 적용되는 루키즘을 없애고 여남 모두가 루키즘에서 자유로워지는게 궁극적인 목표잖아요.

근데 과연 남성의 성적 대상화 없이 여성이 자유롭게 욕망을 표출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생기죠. 메갈 이후로 페미니즘 열풍이 불어서 여성들이 자신들의 성적인 욕망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게 되었잖아요. 남자들의 외모 언급을 하지 않고 이게 가능한가?하면 그게 아니잖아요. 여성들의 성적 욕망을 풀어놓을 수 있다면 남성들의 외모를 평가할 수 있도록 해야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방탄 좋아하는 팬들이 자기는 유사연애가 아닌 유사육아라면서 자기가 유사연애하는 것도 인정하기 힘들어하는 모습을 봐도요.

여성인권 수준이 가장 높다는 북유럽에서는 여성들이 남성의 외모를 많이 본대요. 보통 여남 임금격차가 큰 나라에서는 여자는 남자의 경제력을 많이 보고, 남자는 여자의 외모을 보잖아요. 여남이 평등해질수록 경제력과 외모를 보는 비중이 여남이 비슷해지는거지요. 그래서 북유럽만 유일하게 교육수준 높은 여성의 출산율이 높다는 통계도 나왔고요. 경제력 있어야 결혼이 가능하니까.

한국도 성별 임금격차가 줄어들고 여성의 경제력이 강해질수록 남성의 경제력보다 외모를 보는 비중이 늘어날거에요. 이게 올바른 상황은 아니지만 사람이기에 어쩔 수 없지요. 결국 남성의 외모 품평은 어쩔 수 없는 흐름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합니다.

일부 래디컬 페미니즘계열에서는 남성이 타깃이 되어야 루키즘이 사라질거라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그 말이 완전히 틀린 것 같지 않아요. 남자는 대상화되지 않고 여자만 대상화되는 상황에서 뭐가 아쉬워서 여성의 신체에 가해지는 루키즘을 줄일 수 있겠나 하는 생각도 해요.

루키즘은 페미니즘 운동 수단이라기보다, 여성의 성적욕망을 풀어내고 경제력이 상승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결과라고 생각해요. 근데 그 과정에서 루키즘으로 여성들이 상처받는걸 보면 루키즘을 제가 더 강화하기는 싫고. 저도 딜레마입니다.

(18-07-14)


2018/07/04 - [페미니즘] - 페미니즘 때문에 내가 사랑하는 남자가 비난 받는게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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