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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5일에 ‘한남 유충'이라는 단어가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 올랐다. ’한남 유충'은 ‘한남충'에서 파생된 단어로 남자 아동을 비하하는 말이다. 유감스럽게도 질 떨어지는 사람은 질 떨어지는 단어를 쓰기 마련이라, 이런 단어를 쓰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에 감정적으로까지는 반응하지 않는다. 내가 짜증나는 지점은 ’한남 유충'이라는 단어에 페미니즘적 의미가 있다고 우기는 사람의 존재다.

일단 ‘한남 유충'이라는 단어는 잘못된 언행을 지적하는 단어가 아니다. 자신이 선택할 수 없는 성별과 나이를 묶어서 조롱하는 단어다. 페미니즘은 성별 때문에 차별적인 대우를 받아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사상이다. 당연히 페미니즘과 공존할 수 없는 단어다.

페미니즘적 의미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근거는 이렇다.
1. 여자 아동을 비하하는 단어도 존재한다.
2. 실제 남자 아동들은 저 단어에 실질적인 피해를 받지 않는다.

거기에 내 생각을 말해보자면,

여자 아동을 비하하는 단어도 존재한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렇지만 그런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쓰레기 취급받지 않나? 국회의원 같은 공인이 그런 단어를 사용하면 바로 논란이 일지 않나? 남자 아이돌이 사용해도 논란이 될텐데? 여자 어린이를 비하하는 단어를 쓰는 사람이 쓰레기인 것처럼 남자 어린이를 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 역시 마찬가지 아닌가?

실제 남자 아동들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주장하는데, 그렇다면 ‘된장녀', ’맘충'이란 단어 역시 마찬가지 아닌가? 비하용어가 대상에 대한 인식을 왜곡시키고 실제 차별로 이어지기도 한다는 것을 페미니스트들이 계속 주장하고 알려왔지 않은가.

그리고 정당화하는 사람들의 주장대로 아무런 효력도 없으면 쓰지 않는 것이 맞지 않나? 남자 아동들이 유튜버들에게 여성혐오 사상을 배운다고 비판하면서, 남자 아동들이 인터넷에서 자신들을 비난하는 성인 여성들의 모습을 보지 못할 것이라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오히려 남성들의 피해의식만 자극해서 백래시만 거세게 만드는데 왜 정당화하면서 써야겠다고 주장하는가?

솔직히 말하자. 쓰레기처럼 굴고 싶은데 쓰레기라는 비난은 듣기 싫다고. 호주국자 사건도 그렇고 홍대 누드 사건도 그렇고 범죄를 저질러놓고 처벌받기 무서우니 페미니즘 핑계를 대며 변명했던 적이 한두번인가. 인터넷에서 센 척느라 비하용어 쓰면서 페미니스트 이미지를 실추시켜놓고, 오프라인에서는 페미 이미지 나빠서 페미 아닌척한다는 이야기를 하면 너무 어이가 없다. 페미니스트들의 도덕적 자산을 깎아 먹은 사람이 너예요. 비겁하게 페미니즘이라고 핑계대지 말고 당당하게 나는 쓰레기라서 비하어를 쓰고 싶다고 말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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