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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트위터에서 코로나 19사태에 RM(김남준)이 기부하지 않는다면서 화내면서 비판하다가, 2시간 뒤에는 갑자기 김남준 사랑해 외치면서 질질 짰다. 팔로워들 보기 창피해서 계정 폭파했다가 오늘 오전에 다시 트위터 복귀함.

며칠 전부터 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동물들이 CG가 아닌 실제 동물이라는 이유로 비판하는 트윗이 돌았다. 나는 방탄에 애정이 남아있었는지 그 트윗을 몇 번씩 보면서도 모르는 척하고 있었지만 불안했다. 코로나 19로 콘서트가 취소되자 환불받은 금액을 아미들이 코로나 19 방역을 위해서 기부하면서 웬일로 트위터에서 좋은 말들이 나오던 중이었다. 나는 이 분위기가 오래가기를 원했거든.

트위터 친구가 방탄소년단의 멤버 슈가가 대구에 1억 원을 기부했다는 소식을 알려왔고, 나는 김남준이 기부했는지 기사를 검색하다가 기부 기사가 없다는 소식에 화가 났다. 내가 남준이에게 걸었던 기대와 달라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팬들이 '우리 남준이 뇌섹남일 뿐만 아니라 사회에도 기여했어요'라면서 자부심 느끼게 해줄 기회를 놓치는 것이 답답해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다가 작년에 남준이가 청각장애인의 음악교육을 위해서 1억 기부를 했을 때도 말도 안 되는 비난을 받았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갑자기 속상해지는 것임. 그래 김남준 씨가 여성 혐오 가사를 썼지요. 그래서 비판받는 것은 알겠는데 외모 비난 등의 인신공격도 많이 당했음. 팬들 사이에서도 김남준 은근히 싫어하는 경우도 있었고, 개인 팬들은 대놓고 욕하는 경우도 많았음. 그리고 김남준은 인터넷에서 자기 평판을 많이 검색해 보는 편이고, 예민한 편임. 상처를 많이 받는 달까.

그러니 갑자기 속상해짐. 그동안 김남준이 공격받았던 일들이 생각나고, 내가 거기에 더한 것이 아닐까 싶어서 죄책감이 드는 것임. 그래 기부는 개인의 자유지 강요할 수 없는 일이잖아. 그리고 기부 많이 하는 아이돌이 좋으면 기부 많이 하는 아이돌 좋아하면 될 일. 김남준에게 기부 좀 하라고 화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고 김남준에게 상처 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갑자기 세상이 무너진 것 마냥 눈물이 줄줄 흐르데. 이 글 읽는 사람이 어이없어할 거라는 거 알아. 근데 그랬음.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니라서 사랑해주는 것조차 제대로 못 해주나 싶어서 속상하고.

수면이 부족한 상태도 아니었고, 배가 고픈 상태도 아니었는데 감정이 그렇게 널을 뛴 것은 진짜 오랜만이었어. 몬스타엑스 팬 활동을 좀 했을 때는 대부분이 마냥 좋은 감정이었지 이렇게 복잡한 감정을 갖지 않았거든. 근데 김남준만 떠올리면 왜 이렇게 온갖 감정들이 드는지 알 수가 없더라. 연애 몇 번 해봤지만, 그냥 형식적인 연애라서 연애할 때도 이렇게 감정 쏟지 않았거든.

예전에 김남준 캐릭터 해석 글 올릴 때, 쓰면서도 미치겠다고, 얘가 내 머릿속에 이렇게 가득 차 있는지 모르겠다고, 떠오르는 것이 계속 많다고, 뭔가 계속 내 마음을 건드린다고 토로하니까, 마키님이 인정하라고 했던 적이 있거든. 김남준이 어떤 인간인지 이렇게 궁금해하는 사람은 루이 님뿐이라고 하면서.

나는 내가 연애에 관심도 없고 남자에 깊게 빠지는 편이 아니라서 레즈비언인가 의심한 적도 있었는데, 내가 김남준에게 느끼는 감정을 보면 헤테로 맞나봐.

나는 내 환상 속의 김남준 씨를 좋아하는 거지 실제 김남준은 내가 생각한 김남준과 다르겠지. 그리고 김남준은 내 존재도 모르겠지. 근데 나는 김남준을 진짜 사랑하는 것 같음.

근데 그 사랑하는 방식이 크게 기대했다가, 기대를 충족해주지 못한다고 화냈다가, 조금이라도 약한 모습 보이면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죄책감을 느꼈다가, 그런 식임. 좋아한다고 했다가 비판했다가 왔다 갔다. 내 트위터 친구가 '루이 님은 남준이를 남자친구처럼 생각하는 것 같아요', '남준이에게 왜 그것도 못 해주냐고 화내는 여자친구 같았어요'하는데, 맞지 뭐…….

나 자신을 그렇게 대하기 때문에 김남준 씨를 대할 때도 그런 식인 것 같다. 그래서 김남준이 Love yourself를 외치고 다닌 걸까. 너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할 때만이 다른 사람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다고. 내가 나를 제대로 사랑할 수 있어야만 김남준 씨에게 좋은 사랑을 줄 수 있는 걸까.

솔직히 나는 방탄소년단 RM을 그냥 아이돌로만 볼 수가 없음. 내가 엄청나게 사랑하는 존재임. 내가 연애했을 때 남친을 사랑했던 것보다 훨씬 더. 그 사랑은 일방적인 나의 짝사랑이지만. 그 사랑 방식이 마냥 긍정적인 방식이 아닌 것도 인정함. 어쩌면 그래서 다행히 아닐까. 내가 곁에서 괴롭히는 것이 아니니까.

이전에 내가 '어떤 사람이 악의는 있으나 악행을 할 능력이 없으면 좋은 거냐, 나쁜 거냐'고 묻자 스님이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악의가 있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닌데, 악의가 있는 사람은 악행을 저지를 능력이 없는 것이 좋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래 맞아. 애먼 사람 괴롭히는 것보다 김남준 짝사랑하면서 이렇게 사는 것이 나을지도.

나를 제대로 사랑하고 김남준을 제대로 사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다 김남준 같은 남자랑 이어졌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내가 그럴만한 여자가 되어야겠지.

아무튼 김남준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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