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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9 - [루이일기] - 루이보스티는 왜 사는가

얼마 전에 자의식 과잉으로 내가 ㅇㅇ이슈에 아무런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아도 되나하는 고민을 하다가 지인에게 루이님은 인플루언서가 아니니까 괜찮다. 루이님은 소시민이니까요.’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 맞아요. 내가 입장을 표명한다고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끼칠 수 없으니 내 인생에 집중하는 것이 차라리 사회에 더 도움이 되는 일일 것이다.

내가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칠 힘이 없는 것도 사회적 차원에서 보면 다행일 수도 있음. 나는 많은 공부를 하지 않았고, 내 블로그에 악플 달리는 것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임. 정신력도 약하고 능력도 부족해. 그런데 나한테 사회에 큰 영향력을 미칠 힘이 생겨봐. 나도 괴롭고 사회에도 악영향임.

얼마 전에 내 꿈은 너무나 큰데 내가 너무 초라해서 힘들다는 글을 썼다. 좋은 위로도 많이 받았고. 근데 다시 생각해보니까 좋은 소시민으로 살기도 쉽지 않더라고. 내가 생각하는 훌륭한 소시민은 우리 엄마의 모습이거든.

우리 엄마는 우리 지역 내 엄마가 속한 분야의 1세대로서,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서 능력을 인정받으며 승진도 빨리했고, 현장과 관청을 오가면서 많은 사업을 추진해온 베테랑임. 후배들에게 존경받고 상관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살아왔지. 장관상도 받았고. 지금은 은퇴가 가까워서 현장에 있지만. 직장 일을 하면서 대학원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해서 석사 학위도 잘 받았고. 6남매의 장녀로서 이모들과 외삼촌들에게도 존경받고, 절에서도 신도들의 리더 역할을 계속하면서 존경받았고. 은퇴 이후 계획도 잘 세우고 있어.

오점이라면 음. 내가 우리 엄마의 자식이라는 것 정도랄까. 그래 내가 늘 항상 성공한 사람 힐러리 클린턴이나 미셸 오바마 같은 사람들의 모습만 봐와서 소시민으로 사는 것은 너무 초라하다고 느꼈지만 생각해보니까 우리 엄마처럼 사는 것도 훌륭한 일이더라고. 내 나이 때 우리 엄마는 나와 동생을 키우며 커리어를 키우고 있었으니 내가 뒤처졌다고 볼 수도 있지.

그리고 세상에 기여한 것도 많지요. 우리 지역의 ㅇㅇ분야에서 우리 엄마를 빼놓고 어떻게 설명할 것이며, 우리 엄마의 리더십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일이 몇 개이며.... 여러 후배가 우리 엄마를 롤모델로 삼았는걸. 그러니까 굳이 엄청난 사람이 될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생각했어. 소시민으로 살아도 되지. 그 소시민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한다면 그 소시민 역시 훌륭한 사람인 거지.

훌륭한 소시민이 되기도 쉽지 않은 일이니 괜찮은 소시민으로 살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편해졌어. 열심히 노력해서 사회의 일원이 되어야지. 이런 소시민이 많은 사회가 훌륭한 사회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내가 열심히 사는 것이 내 사적 이익뿐만이 아니라 사회의 공익을 늘리는 일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드니까 마음이 편해졌다.

블로그 운영 역시 마찬가지. 내가 많이 공부해서, 내 의견이 훌륭해서 내 의견을 보러 오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편해졌다. 그냥 나와 비슷한 누군가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한 것 아니겠어. 그러니까 어깨에 힘을 빼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인플루언서가 아닌 소시민이니까.

그동안 나는 너무 비장하게 살거나 아니면 내 삶을 놓아버리거나 둘 중 하나였거든. 내 삶을 놓지 않고 내 삶에 집중하되 마음이 편해지는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중 하나는 한 것이 아닐까. 소시민으로서의 내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 지금은 불성실하고 불만 많은 소시민이겠지만 노력하다 보면 제법 괜찮은 소시민이 될 수 있겠지.

화려하게 날아오르지 못해도 괜찮으니까 내 삶의 밑바탕을 견고하게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의 경력과 주변 사람들과 좋은 유대 관계와 나의 건강함으로 단단해진 나의 삶의 토대가 언젠가는 완성될 것이라 믿음.

이 글을 읽는 사람 모두 행복해지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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