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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4 - [페미니즘] - 숙명여대 트랜스젠더 입학 반대자들이 질 수밖에 없는 이유

2020/02/07 - [페미니즘] - 트페미 트갈량이 본 트랜스젠더 여대 입학 논란

2020/02/08 - [페미니즘] - 랟펨 성님들, 왜 혐오자 소리에 억울해하세요들.

0.

먼저 제 의견을 진지하게 경청해주시고 받아들여주신데 대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정말 저는 이런 것에 감격하는 사람입니다. (peing 질문이전 글의 댓글에 대한 답입니다.)

1.

네 트랜스젠더의 입학 허용을 심정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것은 이해합니다. 그러나 받아들일 수 없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면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람은 이성과 지성을 발휘할 수 있는 존재니까요.

거부감은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섞여서 나타난 감정입니다. 거부감의 원인에는 이성적인 이유와 비이성적인 이유가 알 수 없는 비율로 섞여있습니다. 거부감만으로 판단하면 비이성적인 이유로 판단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성적인 이유만 뽑아서 다시 판단을 해봐야 합니다.

여자들이 금녀의 벽을 깨고 여러 분야에 진출할 때 남자들도 거부감은 있었습니다. 제가 사관학교 예시를 든 것처럼 다양한 이유였죠. 물론 남자들이 갖는 거부감에 비해서 여자들이 갖는 거부감은 정상참작 할 여지가 있습니다. 더 이해할만 하지요.

그렇다 하더라도 합리적인 사회가 될수록 여자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더 이득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차별은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감정입니다. 합리적인 사회가 될 때 성차별이 사라집니다.

실제로 우리는 여성이 차별받지 말아야 할 이유를 이성과 과학, 합리주의에서 찾고 있습니다. 여성과 남성의 대학수학능력시험 결과가 같다면 비슷한 대학수학능력을 가졌다고 판단하여야 합니다. 성과를 낼 가능성이 같다면 같은 대접을 하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입니다.

남자들에게만 이성과 합리성을 추구해야 한다 -> 성차별은 비합리적이지 -> 성차별하지마라는 논리를 강요할 수 없습니다. 그 논리가 정당한 논리라면 여성들도 그렇게 판단하고 실행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비이성적인 성차별을 배격할 수 있는 정치적인 힘이 강화됩니다.

때로는 논리를 따져서 나온 결과에 거부감이 들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사회의 합리성을 증진시킨다면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희생이 아니라 이보진전을 위한 일보후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의 합리성을 훼손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볼 때 승리한 것처럼 보일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 보면 좋지 않습니다. 작은 전투에서 승리하더라도 전쟁에서 패배하면 소용이 없습니다.

만약 트랜스젠더가 여대에 입학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라는 주장을 하려 했다면, 공론장에서 트랜스젠더의 여대 입학 금지가 사회의 이익을 증진시킨다는 것을 논증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반대자들은 공론장에서 거부감을 강조하기만 하며 조롱과 비난만 했을 뿐 그것이 왜 합리적인지 말하지 못했습니다. 공론장에서 거부감의 유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감정싸움에서는 강자의 감정이 약자의 감정보다 더 존중받기 때문입니다.

2.

여성들의 불안감은 이해합니다. 불안감은 감정입니다. 그러나 불안감의 해결책은 이성적이어야 합니다. 성범죄가 일어날까봐 두려워서 누군가를 지목해서 쫓아내면 불안감은 일시적으로 없앨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범죄의 위험성은 낮아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미투 사건, 범죄자 신상공개 등을 통해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이 성범죄를 저지른 것을 수없이 목격했습니다. 우리가 성범죄를 저지르리라 예상했던 남자들이 성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었습니다. 성범죄를 누가 저지를지 미리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성범죄자를 지목해서 쫓아내는 방식은 억울한 희생자를 낳습니다. 사람을 근거 없이 범죄자 취급한다는 남성들의 비난과 반발도 커질 것입니다. 부작용이 큰 방법입니다. 반면에 범죄를 저지를 사람을 미리 정확하게 예측할 확률은 낮아서 효과는 없습니다. 단순히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선택하기에는 그 비용이 너무나도 큽니다.

지금 당장 마음이 편해지는 방법성범죄 확률을 실제로 낮춰서 마음 편해지는 방법은 다릅니다. 정말 안전한 학교를 원한다면 성범죄 확률을 가장 많이 낮출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찾으면서 우선순위를 세워야 합니다. 그리고 가급적이면 합격생의 교육권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성범죄 발생률을 낮출지는 알 수 없으나, 일부 재학생의 마음이 편해지는 수단으로 합격생의 교육권 박탈을 고려하는 것은 효과보다 부작용이 큽니다. 힘은 효율적으로 써야 합니다. 가짜 위안을 얻기 위해서 힘을 낭비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3.

트랜스젠더 여성이 시스젠더 여성에게 저지르는 폭력의 문제가 트위터와 인터넷에 많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저는 어디까지를 사실로 보아야하는지 판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양 진영의 의견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한 진영에서는 조작된 가짜 뉴스라고 하고, 다른 진영에서는 사실이라고 주장합니다. 주로 영미권에서 가져오는 뉴스인데 제가 영어가 짧아서 사실 확인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트랜스젠더 여성이 시스젠더 여성을 폭행한다고 해도 다른 폭행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성 소수자라는 정체성이 면죄부가 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더 엄하게 처벌받아야 하는 이유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폭행죄로 처리하면 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성 소수자의 범죄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논할 필요가 있습니다. 백인이 흑인에게 총을 쏘는 비율이 흑인이 백인에게 총을 쏘는 확률보다 높습니다. 그렇지만 언론에서는 흑인이 백인을 공격한 사례를 더 많이 다룹니다. 소수자의 폭력은 더 많이 보도 되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범죄율을 알고 싶은데 통계자료가 없어서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4.

스포츠계에서 트랜스젠더 여자 선수의 존재는 매우 민감한 이슈입니다. 현재 IOC에서는 남성 호르몬 수치를 기준으로 일정 기준 이하이면 여자 선수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과학적으로 여성의 신체와 비슷한 수치의 운동선수는 여성으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합니다.

남자 리그, 여자 리그, 트랜스젠더 남자 리그, 트랜스젠더 여자 리그 이런 식으로 리그를 따로 나눠서 운영하는 방안은 현실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사실상 트랜스젠더의 운동선수 직업 선택권을 침해한다고 생각합니다.

5.

성소수자와의 연대는 사실 저는 크게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트랜스젠더 여대 입학에 이렇게 열을 내는 이유는, 여성이 법적인 권리를 얻었을 때 다수의 의견(아마도 남성) 때문에 묵살되는 일이 없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일에는 여성의 일이고, 저번 일은 트랜스젠더의 일이다이런 논리는 공론장에서 통하지 않습니다. 그런 논리가 통하는 곳은 이성이 작동하지 않는 곳입니다. A라는 사람에게 작용되었던 논리는 B에게도 작용되어야 합니다.

성 소수자가 법적으로 투쟁해서 올라왔는데 그 사다리를 치워버린다면, 그 남자들도 그 논리를 적용해서 사다리를 치워버리고 싶어 할 확률이 높습니다. 소탐대실이라고 트랜스젠더가 여대에 입학하는 입학정원을 없애는 데 집중하기보다 경찰대나 사관학교 입학 정원 늘리는 데에 집중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된 자원이니까요.

성 소수자를 위해 노력하는 것과 성소수자가 투쟁해서 취득한 권리를 인정하는 것은 다릅니다. 사회 구성원 누군가가 노력해서 어떤 권리를 취득했으면 인정해주는 것이 법치사회 구성원의 태도입니다. 입학할 권리를 위해 싸워줄 필요는 없지만 입학할 권리를 얻었다고 하면 그 권리를 존중해야합니다.

성 소수자들의 여성혐오 문제는 저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것을 이유로 그들을 차별하기에는 페미니즘의 이름이 너무 아깝습니다. 가끔씩 자정할 것을 요구하고, 자정할 때까지 지갑을 닫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6.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트랜스젠더 인권을 잘 아는 분께 얻은 위 글에 대한 의견>

2번이 약간 미묘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약하자면 거부감이 있어도 예측이 불가능하고 억울한 사람이 발생하므로 배제하지 말자는 논지로 보이는데, 억울의 예시가 지나치게 남성에 초점이 맞춰진 느낌이고, 트랜스젠더 신입생분을 남성으로 프레이밍하는것과 거리가 멀지 않게 느껴집니다. (남자지만 그래도 받아줘야 한다의 근거같이 보입니다.) 거부감의 대상을 엉뚱하게 분출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막상 여대에 존재해온 남성(대학원생/직원/교수 등)과는 과도할 정도로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지점 등이나 배제가 향하게 될 방향(부치 등 패싱이 모호한 사람에 대한 배제)를 지적하는 편이 더 효과적일 것 같습니다.

3번의 경우에도, 개별 범죄사례를 전체의 사례로 확대해석하는 점을 짚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 일이 벌어지는 일은 흔히 소수자성을 향해 나타나고 있고요.

4번의 경우, 흔히 말하는 육체적 성차의 근원이 되는 것이 호르몬이고, 따라서 스포츠계에서는 호르몬 수치에 근거하여 트랜스젠더 뿐 아니라 인터섹스의 스포츠 출전을 조절하고 있고, 한번 ‘남성신체’였으면 비가역적으로 강한 피지컬을 보유하게 된다는 것은 낭설이고, 여성신체의 허구성이라는게 무엇이고, 고대 올림픽으로부터 이어져오는 신체정상성에 대한 언급도 가능하고 등등...정말 길게 풀어나가야 할 이야기입니다만, 현재 서술에서는 성별에 따른 육체능력차이를 조금 절대적으로 본다는 느낌을 지우기가 어려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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