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타엑스 형원


나는 요즘 아무런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도 없다. 31년간 나는 지나치게 생각이 많은 사람이었다. 어떤 논쟁이 발생하면 거기에 반드시 내 의견을 세우고 다른 사람의 의견과 다르면 싸우던 사람이었다. 근데 요즘은 다 그러려니 한다. 강타가 양다리를 걸쳐도 그러려니,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이 일어나도 그러려니, 총기 사고가 났다고 해도 그러려니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긴다.

정치충일 때는 세상의 모든 일이 내 삶과 관련이 있는 것 같았는데, 요즘은 세상의 모든 일이 나와 관련이 없는 것 같다. 문재인 발언 중에 '롯데 자이언츠 우승은 삶과 관련이 없어'라는 발언이 참 충격으로 다가온 적이 있었다. 롯데 자이언츠가 우승하면 팬들은 기뻐하고 자신들이 우승한 것 같고 막 그러지 않나? 근데 실질적으로 바뀌는 건 없다는 말이 사실이잖아.

이전에는 사람들을 설득하고 내 의견이 맞는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는데, 다른 사람이 내 의견에 동의하든 말든 내 삶과 관련이 없다는 걸 깨닫고는 다른 사람을 설득할 의욕을 잃었다. 그러니까 아무 생각도 없어지더라. 그래서 블로그 할 거리도 줄어들었다. 다른 사람에게 뭔가를 말하고 싶은 욕구가 없어졌달까. 생각이 없으니까 말할 거리도 없다.

약간 멍청해진 것 같기도 하다. 이전 같으면 글을 써도 논리적으로 구성해서 쓰고 싶었을 텐데 지금은 멈칫거리면서 손이 가는 대로 글을 쓰고 있다.

행복해지기는 했다. 스트레스가 줄어들었으니까. 다른 사람을 설득하려고 애썼는데 지금은 중립충이 되어서 사람들이 자와 자와 하는 것을 관망하는 중이다. 그러니까 확실히 스트레스가 덜하다. 문재인이 잘하든 못하든 그냥 이 사람은 이렇게 말하고 저 사람은 저렇게 말한다고 하면서 듣기만 하고 있다. 내 한 표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미약하기 때문에 내 한 표에 지나친 무게를 싣지 않으려고 한다.

정치충답게 나는 자의식 과잉이 문제다. 대부분의 사람이 투표 왜 하냐면서 투표에 별 가치를 두지 않는다면 나는 거기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해왔다. 드넓은 우주에 조그마한 행성 지구에 사는 70억 인구 중의 한 명으로서의 역할만 다한다고 생각하면 되니까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다. 어떻게 그 무거운 자의식을 갖고 살아왔는지 모르겠다.

혹시나 나처럼 생각이 너무 많아서 문제인 사람이라면 사실 내 삶과 관련 있는 건 별로 없으니 마음 편하게 세상을 바라봐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1. ㅇㅇ 2019.08.09 12:12

    정신과를 가면 항상 내가 아픈 이유가 생각이 많아서, 똑똑해서라고 했어요. 그러면 나는 나를 비난하게 되고 생각을 덜어내려고 노력했는데도 잘 안 되더라고요. 그런데 언젠가부터는 지쳐서 자극에 관심이 없고, 될대로 되라 싶고, 그러든지 말든지 내 알빠인가 싶고... 더 나아가서 내가 중요하지 않아졌고 내 의견이 중요하지 않아졌네요. 그냥 알아서들 굴러가겠지 뭐가 중요한가싶어요. 생각을 건강하게 덜어내고 싶어요.

  2. 2019.08.09 12:49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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