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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치적 올바름(다문화 수용, 성차별 금지) 경향이 지나치다고 생각하시나요

루이보스티

1일 전

원래 ask 오늘의 질문은 그냥 넘기는데, 이 질문은 대답해야 할 것 같음. 1시간도 안 남은 질문이지만.

'정치적 올바름 경향이 지나치다고 생각하시나요?'에서 지나침의 기준이 뭔지에 따라 답이 달라지겠지요. '(사회 발전을 가로막을 정도로) 지나치다고 생각하시나요?'라고 하면 당연히 아니죠. 지금 기혼여성 경력단절 문제를 정치권에서 중요 의제로 다룰 정도로, 성차별이 수많은 사회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죠. 수 많은 통계가 성차별이 어떻게 사회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지 알려주고 있기 때문에 제가 굳이 또 대답하지 않겠습니다.

이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을 한다면 '(내 기분을 불쾌하게 할 정도로) 지나치다고 생각하시나요'라고 읽었던거겠지요. 불쾌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그 질문은 의미가 없어요. 인권의 문제는 기분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분을 생각했다면 지금과 같은 인권의 발전도 없었어요. 노예제가 폐지 될 때 노예 주인들의 기분을 고려해야 했을까요? 신분제가 폐지될 때 귀족 양반층의 기분을 고려해서 신분제를 폐지하면 안 되었었나? 인권의 문제는 기분의 문제가 아니에요.

인권 뿐만 아니라 정책, 규칙 등등의 일관성 있는 목적이나 방향을 설정하는 문제에서 늘 기분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에요. 그 효과와 의미가 문제지요. 어떤 방향으로, 어떤 목적으로 나아가야하는지를 위해서 수 많은 사람들이 왜 고민을 하겠어요. 기분 따라 움직이면 지배층이 원하는 대로 갈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거든요. 성차별의 문제를 기분에 따라 만들면 당연히 남성들이 원하는 대로 가겠죠. 기분이 아니라 사회에 미치는 효과와 영향력, 의미를 놓고 정해야죠.

가끔 성차별의 문제에서도 '이렇게 하면 여자들이 기분 나쁘니까 그러면 안 된다'는 말은 그냥 처세술의 일종이에요. 사회에 나가서 왜 그렇게 하면 안 되는지 이유를 하나하나 짚어주다보면, 상대방은 '내가 그럼 틀렸다는 건가'하면서 거부감을 느낄 확률이 있거든요. 그래서 논리의 문제를 배려의 문제로 격하시켜 주는 거임. 기분 나쁘니까 배려해주세요 정도로 톤을 낮춰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거죠. 진짜 기분이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중요하기 때문에 그런게 아니라요.

차별 받는 여성의 입장으로서 이 점을 명심해야한다고 생각해요. 권리와 자유는 기분의 문제가 아님. 남자가 기분 나쁠지 말지에 따라 내 권리를 축소하거나 자유를 축소해서는 안됩니다. 기분 좋겠다는 이유만으로 성차별 철폐 외치는거 아니거든요. 내 권리가 남성의 기분에 따라 좌우되면 안되거든요. 기분의 문제는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한 수단이지 목적이 아님.

상대방의 기분을 중요시해서 배려할 때는 친교의 관계일 때임. 상대방과 친해져서 관계를 이루고 싶을 때. 서로서로 합의가 가능하면 상대방의 기분을 배려해줄 수 있겠죠. 그게 행복해지는 거기도 하고. 그렇지만 앞으로 나아가야 할 원칙을 정해야 할 때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기분까지 고려해가면서 원칙을 정하려고 하면 인생이 흔들릴 수밖에 없어요.

얼마 전에 제 애스크에서도 끈질기게 한 명이 '내가 기분 나쁘니까 써방해라, 불쾌한데 니 자유가 뭐가 중요해'는 말을 비아냥과 조롱조로 장문으로 남긴 적이 있는데. 이 멍청이는 수단과 목적을 헷갈린거죠. 그 사람을 기분 좋게 할 목적으로 블로그를 운영하는게 아니니까 내가 거기에 따라 줄 이유가 없음. 설득의 근거가 되지 못해요.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해주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수단임을 알았다면, 정중하게 요구했겠죠. 다른 근거를 대면서 정중하게 이야기하는게 맞았죠.

기분의 문제가 나와서 말인데 솔직히 저는 저에게 이래라 저래라 관리하는 애들도 어이없어요. 제 캐릭터 해석을 보고는 '니가 뭔데 그 사람을 다 아는척해'라면서 화내면서 '방탄 멤버들이 기분 나빠할거니까 올리지마'라고 주장함. 나는 내 캐릭터 해석을 내 주관적인 상상으로 받아들이는데, 본인들은 방탄 멤버들의 기분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남에게 강요하는 근거로까지 활용하려고 함. 기분의 문제로 나아가면 이렇게 논쟁이 유치해질 수 밖에 없는거죠.

권리와 자유의 문제에서 기분 따위 중요하지 않습니다.

(2018-04-22)

원문 링크: https://ask.fm/Amanda_Kim01/answers/147861529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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