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0.

방탄소년단이 팬들에게 쥬씨 음료를 역조공해서 논란이 된 적이 있음. 6월에. 6월 일을 왜 이제 끌어오냐 하면 탈방한지 얼마 안 되었으니까.

1.

이 글을 참고해도 좋을거야 [방탄소년단] 앞으로 이들을 가성비소년단이라 부르자

아이돌이 팬들에게 선물하는걸 '역으로 조공(선물)한다.'고 역조공이라고 해. 보통은 팬들이 아이돌에게 조공(선물)하니까. 근데 아이돌이 역조공할 때는 괜찮은 물건을 조공한단 말이지. 명품 화장품이라든가, 프랜차이즈 커피라든가. 보통 쥬씨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의 대명사이기 때문에 가성비 역조공이라는 말들이 나오고 한동안 트위터에서 조롱 대잔치였음. 가격이 싼 거로 무성의하게 형식적인 역조공 아니냐, 팬들을 호구로 본다는 그런 말들이 나왔지.

방탄 팬들은 대부분 '역조공 받으려고 덕질하는거 아니다, 외부인이 왜 왈가왈부하냐'며 방탄소년단과 방탄 팬들의 이미지가 손상되지 않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둔 주장을 펼쳤지. 외부인, 특히 래디컬 페미니스트라고 불리는 사람들을 주축으로 대부분의 트위터 사용자들은 '쥬씨 역조공이라니 한남 좋아하면 저런 거 밖에 못 받냐, 방탄소년단 빌보드 간 아이돌답지 않게 쪼잔하다'는 말로 그 역조공을 비웃었고.

2.

근데 이런 일이 생기면 팬들이 더 화내는 게 맞지 않아? 좀 이상하잖아. 팬들이 자신을 서비스를 누리는 고객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서비스를 더 많이 요구했을 거야. 남들이 비난하면 그 기회를 이용해서 '아이돌이 우리를 푸대접해서 창피당했다, 앞으로는 대접 확실히 해라'라면서 요구할 수 있었을걸. 근데 팬들은 남들의 비난을 이용하기보다는 비난하는 사람들에 맞서 싸웠단 말이야. 팬들이 자신을 서비스를 누리는 고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거지. 돈을 주고 서비스를 누리는 고객이지만 자신을 고객으로 인정하기 싫은 심리야. 나는 아이돌과 돈으로 연결된 고객이 아니라, 아이돌과 친밀감으로 연결된 아이돌의 지인인 거지. 그래서 서비스 고객보다는 지인처럼 행동한 거야.

음식 대접 받으면서 청첩장을 받고 결혼식에 가서 축의금을 내는 게 보통인데, 청첩장을 카톡으로 전달하면서 오라고 한다거나 하면 비난받잖아. 쥬씨 역조공은 카톡으로 청첩장을 보냈거나, 축의금을 내지도 않고 식사한 거랑 비슷한 거라고 생각하거든. 딱히 법적으로 문제는 없는데 문화적으로 수용되지 않는 거. 팬이 가수에게 일방적으로만 조공하는 문화가 아니라 상호 주고받는 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라는 입장에서는 비난할 수밖에 없지. '팬들에게 주는 역조공은 성의 있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잡고 싶어 하니까.

트위터에서 온갖 웃음거리가 되었던 일이지만 그중에서도 자칭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이 이 일을 많이 조롱했거든. 당연한 일이야. '가장 개인적인 일이 가장 정치적이다'가 페미니스트 신조 아니냐. 그동안 당해왔던 성희롱이 개인적인 특수한 사건이 아니라 여성 혐오적 사회 구조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걸 깨달았잖아. 마찬가지로 이런 쥬씨 역조공도 방탄소년단과 아미 관계에서만 일어나는 특수한 사건이 아니라, '아이돌 - 여성 팬' 사이에 일어나는 구조적인 문제로 한 번 짚어볼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해. 페미니즘의 시각에서 보면 여성 소비자들이 제 발로 좋은 서비스를 걷어차고 질 낮은 서비스를 받겠다고 자처하는 거로 보인다고.

이 사건을 방탄소년단과 아미의 특수한 관계에서 일어난 특수한 사건으로 볼 것이냐, 아이돌과 여성 팬 사이에서 일어나는 아이돌 문화에 어긋난 것으로 볼 것이냐에 따라 의견은 갈릴 수밖에 없다고 봐.

나는 남들이 더 잘해주라고 챙겨주는데 굳이 거기에 맞설 필요가 있을까 하는 입장임. 물론 팬들 입장에서는 방탄과 팬의 이미지가 더 중요할 수도 있지만요.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