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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지민



한국의 부모/교수자가 자식/학습자를 성공시켜서 자아실현하려고 하는 일은 너무 흔하다. 아이돌 기획사 사장들이, 자사 소속 아이돌이 성공하면 왜 관종이 되겠어. 본인이 스타가 되고 싶은 욕망을 소속 아이돌로 풀어낸거니까. 그래서 그 성공의 명예를 자신이 갖고 가고 싶어하는거지.

근데 빅히트 방시혁사장이 다른 기획사 사장보다 더 심한 점은, 성공으로 가는 과정까지 모두 일일히 전시하고 싶어하는거다. 변태적이라고 느낄 정도로 성공으로 가는 과정을 모두 드라마화해서 노출하고 싶어한다. 아이돌이 성장하는 과정은 분명히 드라마가 되고, 보고 싶어하는 수요층도 많다. 실제를 기반으로 했으니 리얼리티도 보장된다.

그러나 리얼리티가 보장된다고 진짜 리얼은 또 아니다. 그냥 리얼은 심심하다.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서는 드라마와 캐릭터가 필요하다. 자극적인 갈등이 있어야 주목받는다. 그래서 정국이 쓰러진 것이나 멤버의 싸움까지 넣어가며 다큐멘터리를 만든다. 멤버들을 혹사하면서까지 드라마를 만드는거지.

이렇게 방탄소년단을 혹사시키며 만든 결과물을 소비하는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방탄을 사랑한다고 주장하는 아미들이다. 결국 아미들은 실제 방탄 멤버가 아니라, 빅히트가 만들어내는 성장 드라마 속의 캐릭터를 사랑하는 것과같다. 영화 <트루먼쇼>에서 트루먼의 성장을 지켜보고 싶어하는 시청자의 욕망이 트루먼을 가뒀던것처럼.


1. 방탄은 모든 것이 드라마로 만들어지도록 기획된 아이돌이다. 자율적으로 성장했다고 언론플레이를 하지만 말이지. 5년차이고 모두 성공했음에도 멤버 모두가 숙소생활을 한다. 왜 비싼 한남더힐을 빌려주면서까지 같이 숙소 생활을 하게 할까. 방탄의 드라마와 어긋나는 사생활이 노출되는걸 막기 위함이 아닐까? 이미 유튜브 등으로 방탄의 사생활은 노출하고 있다. 그렇지만 컨셉과 맞지 않는 사생활은 노출되지는 않는다. 그걸 막기 위함이지.

방탄은 두명이서 싸워도 일곱명이 모두 다 함께 의논해서 상부(빅히트)에 보고해야한다. 이거 우리 북쪽에서 많이 본 심리 통제기법 아니니? 프라이빗한 내용도 있을텐데. 둘 사이의 내용을 모두에게 공개해야하는건 심리적으로 부담되는 일이다. 이런 절차는 말발 딸리는 멤버를 더 불리하게 만든다. 이런 절차는 기획사가 아이돌을 더 잘 통제하는걸 도울 뿐이다.

방탄 멤버들은 인터뷰에서 개인 sns계정은 따로 없다고 말한다. 정말 없을까? 자율적인 환경에서, '팬들만을 사랑해야하니까 내가 sns를 따로 하는건 팬기만이지'라고 스스로 생각해서, 멤버 일곱명 모두가 실제로 하지 말아야겠다고 각자 결정한걸까?

방탄의 인터뷰나 방시혁의 인터뷰를 보면 분명히 압박이 있지 않고서야 나올 수 없는 그런 환경과 상황들이 다 보인다. 근데 자율적이래. 왜 자율적이라고 언플을 할까? 왜냐하면 자율적이지 않으면, 드라마가 만들어질 수 없거든. 캐릭터가 자율적으로 움직인다고 믿어야 드라마가 신나지 않겠어?

이미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방탄소년단 리더 RM은 회사가 어벤져스처럼 멤버 각각이 캐릭터가 된 세계관을 구축하고 싶어한다고 이야기 한 바가 있지. 그리고 빅히트는 이미 BT21등의 캐릭터를 만들고, 앨범마다 세계관을 만들고 있다. 그 캐릭터를 통해서 퓨마, 유튜브, 던킨 등등과 협업하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내가 빅히트가 멤버들을 캐릭터화하고 드라마를 만드는데 능수능란하다고 느꼈던 지점은, 아미들이 방사장의 인형까지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빅히트와 방사장은 방탄 세계관의 일부가 되었다. sm이 팬덤이 뭉쳐서 기획사의 계획을 방해하는걸 막아보려고 그렇게 애쓰던걸, 빅히트는 드라마의 일부가 되면서 쉽게 해냈다.



방시혁이 방탄소년단 멤버들에게 쓴 편지


방시혁 사장이 방탄소년단 멤버들에게 쓴 편지를 봐. 스스로 인정하잖아. 자신의 욕심이 커서 멤버들을 다그쳤다고. 고맙다고 대견하다는 말도 미루겠다고. 칭찬과 지지가 아닌 다그침을 받으면서 절박함으로 컸다는 거잖아. 방시혁 사장은 멤버를 개개인의 인격체가 아니라 자신의 꿈을 실현해줄 대상으로 봤다는건 확실한거 아닌가.


2. 누군가는 멤버들이 각자 캐릭터가 되어서 드라마를 만들고, 그 드라마로 사업을 확장시킨다는 점에서, 미국의 리얼리티쇼 <keeping up with the kardashians>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카다시안 가족들은 각자 자신의 캐릭터를 기반으로 엄청나게 많은 사업을 벌리면서 수익을 얻고 있거든.

그러나 카다시안쇼의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만들어나간다. 누군가에게 통제받지 않고 말이지. 방탄 멤버들 각각에게 부여된 컨셉과 캐릭터도 본인이 원했던 것일까? 내가 둔한 편이라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멤버 뷔의 캐릭터는 본인이 원하지 않았을 것 같다.

카다시안 패밀리는 진짜 가족이다. 어쨌거나 평생 함께 가면서, 서로 누군가 잘못되면 평생 책임져야 하는 가족. 그래서 서로 무리한 요구를 하기도 힘들고, 방송사가 횡포를 부리면 같이 뭉칠 수 있다. 그렇지만 빅히트와 방탄은 비즈니스 관계다. 아무리 친해져도 계약상 문제가 생기면 떨어질 수 있는 관계지. 막말로 상품성이 떨어지면 빅히트는 계약 연장을 하지 않으면 끝이다. 대체할 수 있는 관계이기에 불안감은 커진다. 소속사는 방탄 멤버들을 평생 책임져야 할 필요가 없기에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있다. 멤버들은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를 정해서 그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환경인지 알 수 없다. 자신이 되고 싶지 않은 캐릭터를 연기해야 한다면?


3. 방탄은 지금 아이돌로는 탑이지만, 어쨌거나 지금은 자신의 커리어 초창기라고 말할 수 있다. 지금 방탄의 드라마를 위해서, 자신의 장기적인 커리어에 도움이 되지 않는 캐릭터를 연기해야 한다면 어떻게 되는가? 지금 방탄 내에서 뷔의 캐릭터가 장기적으로 그의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캐릭터일까?

커리어보다 중요한 건강 측면을 살펴보자. 정국이가 쓰러진 것도 드라마의 일부가 되어 돈이 되는 상황인데, 이러면 기획사에서 멤버들의 건강관리를 철저히 하려고 할까? 보이지 않는 멘탈 케어는?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모습과 보여야 하는 모습 간에 분열이 일어나면 너무 힘들텐데?

방탄의 형-동생 컨셉은? 구사즈와 구오즈가 한 살 차이인데, 무슨 삼촌-조카마냥 정신연령 차이나게 컨셉을 잡고 있잖아. 막내라인이 컨셉대로 어리고 철없는 캐릭터를 '연기'하는거라고 해도 지속적으로 그런 컨셉으로 가다보면 그 캐릭터를 내면화 할 수 밖에 없는데. '나는 형들에 비해 아는 것이 없으니까, 그냥 따라가야지' 하면서 자기 앞가림하고 스스로 원하는 대로 밀어나가는 힘을 잃어버리면?

그리고 형라인은? 나이차이도 별로 나지 않는데 형노릇하면서 불필요하게 과중한 책임감을 지게 하는게 과연 형라인에게도 도움이 될까?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해야할텐데 계속 동생에게 미안해하면서 양보해야하지 않을까? 형라인-동생라인 모두에게 부담이 되는데 이 컨셉을 계속 해야하는 이유는 아미들이 원하기 때문이다.

빅히트가 만든 방탄의 성장 드라마에 과하게 몰입해서 지나치게 기대하고 간섭하는 팬들은 어떻게 되는가? 아이돌들은 원래 팬들에게 간섭을 많이 받는 편이지만, 아미들이 방탄에게 원하는 컨셉과 캐릭터는 매우 엄격하다. 지금 외부 인맥을 만드는 것도 간섭하는 판이지. 팬들이 원하는 이미지를 배반하고 자신이 원하는 커리어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4. 물론 방탄소년단은 이미 슈퍼스타가 되었기에 잘 살 것이다. 보통 이런저런 문제가 있어도 대부분은 묻어놓고 잘 산다. 잠복해있던 문제가 터지면서 드러나는 것은 생활고, 이혼 등의 큰 사건이 발생했을 때다. 어쩌면 내가 지금 걱정하는 방탄의 여러 문제들은 앞으로도 현실에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이 모델이 아이돌 산업계로 확산되면, 아이돌 각 개개인의 자아는 심하게 침해될 것이다. 캐릭터를 만드느라 사생활 노출은 다 하고, 회사에서 만들어준 컨셉대로 움직이며 자유는 없어지고. 엉뚱한 이미지가 박혔는데 실패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케이팝 아이돌이 서구권에서 '자율적인 아티스트가 아니라 기획되어 만들어진 공산품'이라는 비판을 듣자, 빅히트는 '자율적인 아티스트 모습을 한 공산품'을 기획하고 만들어서 성공시켰다. 너무나 한국적이다. 그들은 성공을 대가로 자신의 모습을 잃어야 하는데, 과연 이런 모델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2018.03.14. by. 루이보스티



이전에 마키님 블로그(http://mykpoint.tistory.com/107)에 올렸던 글이라서 댓글 캡처해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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