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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숙명여대 트랜스젠더 입학 반대에 앞장섰던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이 자신들은 혐오자가 아니며, 자신들을 혐오자라 부르는 것은 여성혐오라고 말하고 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우스운 말이지만, 진심으로 억울해하는 분도 있는 것 같아서 왜 혐오자라 불리게 되었는지 설명하는 포스팅하기로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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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 여대 입학 논란에서 반대자들은 트랜스젠더 합격생을 제대로 존중하지 않았음. 트랜스젠더를 여성으로 보느냐, 남성으로 보느냐의 문제 이전에 합격생을 사람으로조차 생각하지 않는 듯했음.

반대자들은 자신들이 여성의 안전이라는 공익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반대했다고 주장함. 합격생에게는 자신이 원하는 학교에서 교육받을 권리가 있었음. 법원의 성별정정 허가를 통해 여성이라는 법적 지위를 얻었기 때문에 여대에서도 교육 받을 수 있었음. 반대자들은 여성의 안전이라는 공익적 가치를 위해 합격생의 교육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음.

여기까지는 있을 수 있는 일임. 그렇지만 사람의 권리를 제한하려면 제한을 주장하는 측에서 타당한 이유를 제시해야 함. 그리고 최소 침해의 원칙에 따라 최소한으로 제한해야함.

먼저 남교수, 남직원, 학점 교류 남학생 등등 이미 여대 안에 존재하는 남자 학내구성원과 시스젠더 여학생들보다 트랜스젠더 여학생이 더 성폭력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는 근거를 제시해야 함. 만약 그 근거를 제시할 수 있더라도 여성의 안전과 합격생의 교육권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성폭력 예방 교육 등의 대안 등은 없는지 검토해봐야 함. 그리고 그 대안을 찾기 힘들 때, 그 때에서야 교육권 제한이라는 방안을 주장해야 함. 그리고 그에 대한 보상책도 마련해야함.

공익을 위해서 특정인의 사익을 제약하는가를 공론장에서 논의할 때는 이런 과정을 거쳐 논의 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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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반대자 측에서는 합격생의 권리를 제약하는 것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더라. 어떤 사람이 자지 성형수술을 한 남자 하나 입학시키지 않으면 될 것을 왜 그렇게 생각해야하냐는 멘션을 나에게 보냈음. 사람의 권리를 제약하는 일을 그렇게 가볍게 여기면 안 됩니다. 그렇게 따지면 여직원을 선발하지 않으면 회사 내에 골치 아픈 성희롱도 없어지고 좋은데라고 생각할 사장이 없을 것 같나요.

게다가 충분한 근거를 들지도 못했음. ‘여성으로 성전환한 트랜스젠더는 성염색체가 XY이기 때문에 성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는 뇌피셜임.

내가 불안하게 느끼니까 안전함을 위해서 입학을 제한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옴. ‘내 기분을 근거로 다른 사람의 권리를 제약할 수 있다는 말은 도대체 무슨 말임. ‘흑인을 보면 안전하지 못한 기분이 드니까 흑인의 입학을 제한하자는 주장과 정말 다르다고 생각하는지요.

어떤 사람은 작년에 숙대에 여장남자가 출입했던 것을 예시로 드는데, 그러면 일부 유럽국가에서 동아시아인을 모두 코로나 감염자 취급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정체성의 일부가 같다고 해서 부정적인 면도 공유한다고 생각하는 방식은 혐오입니다. 틀린 생각이기도 하고요.

이러면 당연히 여대 내 여성안전을 위해서 트랜스젠더의 교육권을 제한하자는 주장을 철회해야 함. 그런데 계속 트랜스젠더 입학 반대를 외쳤음.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니 계속 트랜스젠더는 여자가 아니다등등의 인신공격들만 반복했음.

3.

여대 내 여성안전이 정말 걱정된다면 대학에 여성 안전 종합대책을 요구해야 함. 그러나 반대자들은 근거 없이 합격생을 예비 성범죄자라고 지목하고 그 사람을 배제하는 방식을 선택했음. 이 방식이 성범죄 방지에 효과가 있는 방식임?

성범죄는 누가 언제 어떻게 저지를지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두려운 것임. 그렇게 쉽게 예상해서 배제하는 방식으로 예방할 수 없음. 연쇄살인마의 얼굴과 신상이 공개되었을 때 사람들의 예상과 달랐던 적이 많잖아.

이런 식으로 성폭력을 저지를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을 지목해서 배제하는 방식은 억울한 피해자만 낳을 뿐이고, 정작 진짜 성폭력을 저지를 사람을 정확히 예상할 확률은 낮음. 여성 안전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방식임. 반대자들은 정말 이 방식이 여대 내 성범죄율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한 사람의 교육권을 침해할 만큼?

합격생이 성범죄를 저지를 것으로 예상한 이유는 그가 트랜스젠더라는 것이었음. 그 외의 이유는 없었음.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트랜스젠더가 비트랜스젠더보다 성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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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이면 사람들이 정말 여성안전 때문에 트랜스젠더 입학을 반대하는 것 맞느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음. ‘트랜스젠더 혐오 때문 아닌가라는 의심은 합리적임.

반대자들은 트랜스젠더가 여성안전에 어떤 해악을 미치는지 증명하는 대신에, 비둘기 학회나 내시 운운해가며 진지한 공론장을 트랜스젠더 조롱의 장으로 만들기에 바빴음.

이런 상황에서 자신들은 여성안전을 위해 움직였을 뿐이라면서 억울해하는 것은 정말 이해하기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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