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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이스 지효

'ㅇㅇ 애미'라는 단어가 팬들끼리의 경멸하는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 '네가 좋아하는 아이돌의 엄마라도 되는 줄 아냐'는 비아냥으로 쓰이는 단어다.

1. 정말 팬들이 'ㅇㅇ애미'라고 할 수 있는가?

'ㅇㅇ애미'라는 단어는 부모를 뜻한다. 대부분 아이돌은 20대 초중반. 20살에 아이를 낳았다고 하더라도 40대 초중반은 되어야 실제 그들의 부모와 비슷한 나이대가 되는 것이다. 근데 40대 이상 아이돌 팬이 그렇게 흔하지가 않잖아? 대부분의 팬은 아이돌보다 나이가 어리거나 동년배이다. 보통 아이돌 팬 주 타깃이 10대 중후반~20대 초중반이잖아. 아이돌이 팬들의 삼촌이나 오빠 나이지 팬들이 애미가 되는 나이대는 드물다.

팬들이 'ㅇㅇ애미'라는 단어를 쓰는 건 실제 팬들이 '우리 애', '내 새끼' 이러면서 유사 육아를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에 유사연애를 배격하는 움직임이 일어나면서 팬들이 자기는 유사 육아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거든. 근데 열애설 나면 슬퍼하는 걸 보면 유사열애 맞지 않니. 아무튼 자신은 어머니와 같은 헌신적인 사랑을 아이돌에게 바친다고 주장하기 위함이기도 해.

그리고 무슨 어머니가 수만 명이냐. 그러면 내가 애미면 다른 사람은 애미가 아니고 그런 거냐. 공동 육아하는 시스템이야?

2. 그렇다면 팬들은 좋은 '애미'인가?

아니요. 일단 좋은 어머니가 될 수가 없지. 아이돌이 아는 정보가 훨씬 더 많은데. 실제 부모들은 연륜이 많고, 자식에 대한 정보도 많지만, 아이돌은 그들이 노출한 정보만을 알려주는 것이지, 팬들은 실제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잖아. 가공의 이미지를 유사 육아한다고? 그게 가능해? 실제 아이돌이 뭐가 필요한지도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들의 필요 욕구를 채워주겠어. 오히려 팬들의 욕구를 아이돌이 채워주는 역할이지. 팬들이 애미역할을 한다고 하는 건 인터넷에서 댓글로 다른 팬에게 까이지 않도록 해준다는 역할 정도에 불과함.

3. 'ㅇㅇ애미'라는 단어에 여성 혐오적 시각은 들어있지 않은가?

들어있지요. 어머니의 이미지를 치맛바람 일으키면서 사회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사람이라고 한정 짓는 거잖아. 공정하고 정치적으로 올바른 이미지가 아니라, 극성스럽고 자기 자식밖에 모르는 이미지로 만든다는데서 결국 최근의 '맘충'이라는 혐오 표현과 맥락을 같이함. 다만 차이가 있다면 쓰이는 성별이 다르다는 거. '맘충'은 젊은 남자들이 쓰는 혐오표현이고, 'ㅇㅇ애미'는 아이돌판 여자들이 쓰는 혐오표현이고.

굳이 이런 혐오표현을 쓸 필요가 있을까?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직관적으로 알려주기는 하지만, 혐오 정서에 기반해있잖아.

4. 'ㅇㅇ애미'라는 표현이 주는 영향

이런 말을 쓸수록 오히려 팬들이 진짜 어머니가 된 것처럼 행동하려는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함. 사람에게 어떤 이름을 붙이고 어떤 역할을 주냐에 따라서 그 사람의 행동이 달라진다고 하잖아. 자신을 'ㅇㅇ애미'라고 한정 짓고 다른 팬들도 그렇다고 생각하면 진짜 어머니 역할놀이에 빠져서 사고방식이나 행동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음. 유사 육아가 더 강력해지는 거지. 아이돌을 가십대하듯이 하거나 즐겁게 대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희생해서 성공시켜줘야 하는 존재로 생각하게 되는 거. 나는 이 표현의 해악이 심하다고 생각함.

결론: 'ㅇㅇ애미'라는 표현은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한다.

(18-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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