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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타 엑스 셔누, 형원


트위터를 2010년 추석 때부터 했으니까 트위터 경력을 만 9년 꽉 채웠고 햇수로는 10년째다. 근데 트위터를 하면 할수록 트위터의 부작용을 체험하게 돼. 어제 '여행을 하면서 사이좋은 부부, 가족을 많이 본다. 사이가 좋아야 같이 여행을 하니까 당연한 거겠지만. 그래도 가족은 서로를 괴롭히는 관계라는 트위터의 주류 정서와 다르다'고 트윗을 하니까 트위터 친구가 '트위터는 달의 뒷면을 보여주는 곳이다. 당연히 뒷면만 있을 수는 없다'는 우문현답을 해주시더라. 맞아. 우리는 볼 수 없는 달의 뒷면처럼 사람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 곳이 트위터라고 생각한다. 트위터 정서와 일반 정서는 다르다. 그러나 경험이 부족한 내가 트위터를 과하게 하면 트위터 정서가 일반적인 거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게 될 수 밖에 없다.

내가 아이돌 팬 활동 중이지만 아이돌이 좋아서 팬 활동을 하는 게 아니라 트위터를 하기 위해서 팬 활동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제 트위터에서 정치 이야기를 하는 것도 그만두었고, 페미니즘 이야기를 하는 것도 그만두기로 했고, 인권 이야기를 트위터로 접하면 왜곡된 사실을 알게 되고, 트위터로 할 수 있는 게 아이돌 이야기와 친목뿐이다.

트위터를 해야 할 이유와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정리해봤는데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더 많고 더 타당했다. 그런데도 떠나지 못하는 건 친목 때문이다. 내가 사람을 이렇게 좋아하는지 몰랐다. 나는 사람을 싫어한다고 생각했는데, 트위터에서 멘션을 나누고 디엠을 받고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친목이 너무 좋다. 사회생활을 못 하고 사람을 잘 사귀지도 못하는데 나이 상관없이 속마음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게 너무 좋다. 실제로 좋은 인연도 많이 만났고.

그런데도 문제가 되는 건 트위터의 정서가 냉소적이고 우울하기 때문이다. 우울증 환자 비율도 너무 높고. 우울증 환자끼리 붙어있으면 우울증 더 심화하잖아. 타임라인을 잘 정비한다고 해도 트위터 정서가 묻어있는 트윗들이 리트윗되어 들어오기 때문에 큰 소용이 없다. 한때는 이런 트위터의 정서가 옳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근데 트위터에서 비웃음당하는 곰돌이 푸 힐링 서적을 읽는 게 트위터를 하는 것보다 정신건강에 좋더라. 결국 트위터의 주류 정서는 사람을 무기력하고 부정적으로 만든다.

트위터의 정서뿐만 아니라 트위터서 오고 가는 사실과 주장도 문제가 된다. 나는 '트위터에서 뭐 배우지 마라'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거든. 누가 트위터로 공부를 하느냐고 생각했어. 그런데 그 뜻은 트위터에 올리오는 트윗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라는 뜻이더라고. 트위터에서 올라오는 이야기들은 자의식 과잉과 세상에 대한 분노 등등으로 왜곡된 경우가 많음.

트윗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을 때는 어떤 유저가 '자기가 우울증이라고 주장하는 분들, 병원에서 정확히 진단 받은 건 맞으시죠?'라고 비아냥거리니까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대꾸는 못 하고 '재수 없다, 싹수없다'고 인신공격만 하더라. 그때 알았다. 트위터에서 자기가 우울증 환자라고 주장하면서 말하는 내용을 믿어서는 안 되겠다고. 자기가 우울증 환자라고 자가진단 내리고 그 설정에 맞춰서 트윗하는 거 아냐. 게다가 그 사람이 '진짜 정신병 환자가 맞으면 스마트폰으로 트윗만 하지 말고 스마트폰 팔아서라도 병원 가라'고 하니까 요즘 시대에 스마트폰은 필수라서 팔면 안 된다는 둥 어떻다는 둥 치료 안 받겠다는 소리만 하더라고. 무료 상담이라도 알아보든지 하는 노력은 전혀 없었음. 트위터 사람들은 자기를 규정하는 걸 좋아하는데, 정신병은 그 설정 놀음 중의 하나였던 것임.

그래놓고 '정신병이 있으면 병원에 가서 치료받으라'는 사람에게 '정신병 환자를 혐오하지 마세요'라고 외치지를 않나. 정신병 환자 혐오를 하면 안 되는 이유는 정신병 환자 혐오가 심해지면 정신병 환자들이 치료받기 어려워지기 때문임. 에이즈 혐오가 심해지면 에이즈 환자들이 숨어버리고 치료를 받으려 하지 않기 때문에 에이즈 예방이 더 어려워지는 것처럼. 정신병 환자들이 더 쉽고 빠르게 치료받도록 하기 위해서 정신병자 혐오를 하지 말라고 하는 게 아니라, 정신병 환자가 정신병 환자로 남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장하는 어이없음이란….

어이없었을 때는 청소년 인권을 주장하면서 '10대와 성인도 같이 섹스할 권리가 있다. 세대 간 연애라고 한다'면서 10대와 성인이 섹스하는 것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을 때. 상식적인 사람은 어이없어했지만, 트위터에서 인권 이론 잘못 먹다 체한 사람들은 이 주장에 동의하더라고. 트위터만의 이상함이 있어. 그래서 트위터에서 나오는 말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안 돼.

트위터 사용자들은 자기가 정치적으로 공정한데 사회는 그렇지 않다고 믿기기 때문에, 사회에서 겪었던 부당한 사례들을 트위터에 올리는 경우가 많음. 근데 이 경우에도 과장되는 사례가 많다. 과장되지 않은 트윗이라 할지라도 이런 트윗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트위터를 하면 사회의 부정적인 면만 모아놓은 엑기스를 읽는 것과 마찬가지임. 트위터를 하면서 긍정적이고 행복한 사람이기 어려워. 나는 머릿속이 꽃밭인 긍정적이고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트위터를 하다 보면 부정적이고 냉소적인 사람이 되기 쉬워.

여초 커뮤니티가 주류 여론에 휩쓸려서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면, 트위터는 자기가 만든 타임라인에 올라오는 트윗들의 영향을 받아서 자신의 모습이 강화되는데 편향된 인간이 되기 딱 좋지.

우울증에 악영향을 주는 것뿐만 아니라 관심사들이 빠르고 짧게 올라오는 자극적인 SNS의 특성상 ADHD 증상이 있는 사람에게도 안 좋아. 나는 신호등 신호가 바뀔 때도 트위터 타임라인을 새로 고치고, 친구를 만날 때나 친척 결혼식에서도 트위터에 뭐가 올라왔는지 궁금해지더라고. 집중하는 걸 방해함. 내가 산만해지고 싶어서 트위터를 하나 생각한 적도 있음. 독서량이 엄청나게 줄어들고 어휘력과 독해력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당연히.

온갖 부정적인 영향을 다 경험하고 알고 있으면서도 친목 때문에 트위터를 못 놓고 있다. 지금과 같은 트위터 친구들을 또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고, 트위터 없이 관계를 유지할 자신도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트위터를 하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내 정신건강을 위해서.
언젠가는 제발 트위터를 끊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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