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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연예인의 비보가 전해진 한 주였다. 사람들은 악플을 주원인 중 하나로 지목했다. 그래서 내가 연예인을 주제로 쓴 글도 악플에 해당하는 건가 생각하면서 불안해했다. 정신과에 가서 말하니까 의사가 '그때 정국이 까지 않았어요?'라고 말하는데 할 말이 없더라. 작년 중순에 정국 캐릭터 해석 글을 의사에게 보여준 적이 있는데, 인상 깊었는지 멤버 이름까지 정확히 기억하면서 말하더라고. 그래 따지고 보면 부정적인 피드백이니까 악플로 분류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 생각해보니까 좋은 의도든 나쁜 의도든 간에 부정적인 글은 쓰지 않는 게 나한테 이롭더라. 주변인뿐만 아니라 연예인처럼 나와 멀리 있는 사람에게도.

연예인과 나의 관계는 특이하다. 연예인은 내 존재도 모르는데 나는 연예인을 알고 일방적으로 좋아하고 싫어하는 이상한 관계다. 내가 이런 일방적인 관계에서도 긍정적인 관심만을 줄 수 있는 인격자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사람이라서 자꾸만 부정적인 시선이 튀어나오는걸. 사람은 자기가 갖지 못한 것을 줄 수가 없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남을 사랑할 수 없는 것처럼, 긍정적인 사람이어야 긍정적인 관심을 줄 수 있다. 연예인은 이미 관심을 많이 받고 있을 테니 내 부정적인 관심이 반갑지 않을 것이고, 연예인에게 부정적인 관심을 보이는 것은 나 자신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시간이 갈수록 내가 한 말과 쓴 글들이 나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온다고 믿게 된다. 내가 내뱉은 부정적인 말을 내가 듣고, 내 속에 내면화해서 나를 평가할 때도 사용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과 글을 보고 듣는 것도 마찬가지. 언어가 사고에 영향을 준다는 말이 사실인가보다. 실제로 아이돌 정치질로 유명한 모 여초 카페를 이용했을 때 아이돌을 비판하는 글들을 보면서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저렇게 비판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의기소침해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악플을 쓰지 않고 남이 쓴 악플만 읽어도 이런데, 직접 쓰기까지 하면 더 부정적이겠지.

이전에는 'be kind or be quiet'이라는 말이 폭력적이라고 생각했다. 왜 꼭 친절해야만 하는가? 친절하고 말고는 내가 결정할 사안인데.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사람의 감정을 통제하려는 말이라고 느꼈다. 그렇지만 지금은 나를 지켜주는 말처럼 느껴진다. 부정적인 표현을 하지 않을수록 사회적으로 안전해지더라. 부정적인 말을 하면 당장에 문제가 되지 않더라도 나중에 가서 문제가 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 누군가는 이것을 갈등 회피적이라면서 비겁하다고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부정적인 말을 내뱉고 후폭풍을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봤다.

내가 연예인에게 관심을 가지면 긍정적인 말만 하지 못하고, 그게 나 자신과 연예인 모두에게 상처가 되니까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이돌 몇 명에만 관심을 두고 나머지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그런데 인터넷과 SNS를 하면서 연예인에 대한 관심을 없앨 수 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인터넷과 SNS의 주 화젯거리가 연예인이잖아. 오프라인에서는 연예인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고. 내가 인터넷과 멀어졌을 때 연예인 가십과도 멀어졌었다. 의사도 트위터를 그만하라 했고. 인터넷과 SNS를 줄이면 인터넷에 글 쓸 일이 줄어드니까 내가 악플을 쓸 일도 없어지겠지. 그게 연예인과 나 모두에게 좋은 것 같다.

연예 산업의 구조와 사회 문제를 지적하는 건 솔직히 이제 지겹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닌데 이야기한다고 뭐가 바뀌나 싶기도 하다. 구조를 개혁하기에는 내 힘이 너무 미약하다. 의지도 능력도 없는데 이야기하는 것만큼 공허한 것이 또 있나. 구조를 바꾸려고 하는 대신에 그 구조에서 빠져나가야겠다. 연예인에 대한 관심을 줄이고 SNS도 줄여야겠다. 블로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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