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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8일 즈음에 트위터 계정 폭파하고 나서 인터넷 별로 안 함. 이번 주는 좀 많이 함. 슬럼프가 찾아와서. 인터넷을 끊으니까 탈케이팝이 저절로 되더라. 요즘 정신없어서 굿즈 처분은커녕 내 침대 옆에 있는 셔누랑 형원이 사진 떼지도 않음. 책꽂이에는 형원이 액자가 놓여 있음. 그런데 봐도 아무런 감흥이 안 들어. 나랑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 같고 그래.

인터넷을 끊고 나서 오프라인의 삶으로 들어가니까 내 뇌가 얼마나 온라인에 절여져 있었는지 알겠더라. 말꼬리 잡고 상대방의 말을 왜곡하는 트위터식 의사소통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오프라인에서도 의사소통 장애가 발생함. 그걸 교정하고 있고.

지금 내가 왜 노트북 앞에 앉아있냐 하면 인터넷 2달 끊고 나서 다시 온라인상의 정신병자들보다 보니까 답답해서. 나도 정신병자임. 중등도 우울증 환자에다가 ADHD도 있음. 근데 인터넷을 끊으면 정신 건강이 훨씬 좋아져요. 제발 인터넷 좀 끊어라.

인간은 환경의 지배를 받음. 나는 환경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중2일 경우에만 이해해 줌. 중2도 아니면서 나는 환경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고 주장하지 마라.

어떤 환경에서든 잘 사는 사람은 잘 산다는 말은 환경을 바꾸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나 쓰는 말임. 국적을 바꾸기 힘드니까 한국이라는 완전하지 않은 사회에서도 잘 사는 사람이 있다고 말하는 거고, 경제적 계층 이동이 힘드니까 가난한 환경에서 최대한 잘살려고 노력을 해보자고 말하는 거지.

환경을 바꿀 수 있으면 좋은 환경으로 바꾸는 게 당연함. 자신의 정신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환경에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제거하는 건 쉬운 일임. 국적을 바꾸거나 경제적 계층을 바꾸는 일에 비해서 훨씬. 그냥 여초 커뮤니티 탈퇴하고, SNS 계정 폭파하고 다른 일 찾아서 하면 됨.

최선은 자신이 처한 환경을 바꾸는 거고, 그게 여의치 않을 때나 '이런 환경 속에서도 나는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말하는 거지. 그냥 트위터 탈퇴하고 온라인 커뮤니티 탈퇴하는 게 뭐가 어려운 일이라고 '나는 인터넷에서 악영향 받지 않고 좋은 것만 쏙쏙 이용함' 합리화하면서 계속 인터넷에 머물러 있냐. 이해가 가지만 이해해주고 싶지 않음.

카지노에서도 돈을 따는 사람이 있지. 하지만 이 글을 읽는 너는 아니지. 그런 것처럼 인터넷에서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받지 않고 좋은 점만 이용하려면 정신적으로 강한 사람이어야 함. 정신적으로 강하다는 말은 외부 자극 때문에 평정심을 잃지 않는다는 뜻임. 근데 너는 일면식도 없는 연예인의 사생활, 인터넷 악플러들의 말에도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이는 연약한 사람이잖아. 니가 무슨 수로 악영향 받지 않으면서 좋은 점만 뽑아 먹겠다는 거냐. 정신적으로 취약한 사람일수록 주변의 영향에 더 많이 지배당하는데. 면역력 약한 애가 전염병 나도는 지역에 가서 굳이 봉사활동 하겠다는 거랑 뭐가 다르냐.

과자 몇 조각을 포기하지 못해서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원숭이처럼 '인터넷의 순기능' 운운하지 말고 그냥 포기하셈. 플러스 마이너스 다 계산해 봤을 때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에게는 순기능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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