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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요즘 자꾸만 이런 생각이 든다. 많이 나아진 것이 확실한데, 그래도 아직인가 보다. 내 기준에서는 많이 나아진 건데 다른 사람들 눈에는 정말 부질없이 미세한 차이로 보이겠지.

우리 엄마는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 나 같은 딸을 정성들여 키우는 벌을 받았는지 모르겠다. 부모는 자식 덕질하는 재미로 산다는데, 나 같이 망한 자식 덕질하는 엄마한테 미안할 뿐이다.

내가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될 줄 정말 몰랐다. 내 주변 사람들도 몰랐다. 내가 나 자신의 보잘 것 없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방황하는 사이에, 내 주변 사람들은 실망했고 떠났다. 내가 대단한 사람이 아니어서가 아니라 내가 계속 방황만 하고 내 자신의 삶을 놓아버리니 나를 대하기가 곤혹스러웠겠지.

잠에서 깨어 있는 것이 너무 괴로워서 잠만 잤던 시기가 있다. 나중에는 일상생활을 하지 못해도 깨어있을 수는 있었다. 나중에는 깨어나서 즐겁게 놀러 다니고 여행 다니는 것은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그 다음에는 간단한 업무를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고, 이제는 사회에 완전히 복귀해야 할 때다. 이제는 준비가 되었다고 느낀다. 그런데 너무 늦어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지 사회에 나가기가 두려운지 자꾸 도피하게 된다.

상황을 직시하고 내가 해야 할 것을 찾아하면 상황은 더 나아질 텐데. 굳이 대단한 사람이 될 필요도 없고 사회 구성원의 한 사람 몫을 해내는 사람이 되면 충분한데. 그 사실을 받아들이려고 하면 왜 자꾸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정말 우습기도 하다. 연예인들은 자기 인기가 떨어지면 이것보다 훨씬 더 충격 받을텐데. 나는 겨우 장래가 촉망되는 청소년에서 보잘것없는 성인으로 떨어지는 정도가 뭐라고 이렇게 못견뎌하는지. 이래놓고 왜 남의 인생에 왈가왈부했는지.

블로그 포스팅에 집착하는 이유와도 연결되는 것 같다. 내가 현실에서 들었던 칭찬은 머리가 좋다’, ‘공부 잘한다’, ‘글 잘쓴다’, ‘논리적이다등등이 대부분이거든. 과거에 들었던 그 칭찬으로 나를 지탱하고 있기에 그 칭찬을 다시 한 번 듣고 싶어서 이러는 것 같다. 거기에 집착하느라 글을 재미있게 쓰지 못하는 것 같음.

사회 이슈에 대해 말을 얹으면 내가 사회를 위해서 뭔가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계속 하는 건지도 몰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나 자신에게 증명하고 싶어서.

그냥. 잘 살았으면 좋겠다. 죽는 것보다 사는 게 더 나으니까. 그리고 나를 진성으로 덕질하는 엄마가 주변에 마음 편히 내 자랑을 할 수 있는 날이 다시 왔으면 좋겠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내 할 일을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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