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0.
지금 뭐라도 써야 할 것 같아서 쓰는 글.

1.
브런치 작가 심사에 떨어졌다. 현생에서 새 출발 하는 것처럼 인터넷에서도 새출발하고 싶었는데 말이지. 내 글이 기준 미달이었나, 아니면 혹시 내 블로그가 이상해서 내 블로그 때문에 떨어졌나 하는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브런치로 떠나고 싶은 이유는 간단하다. 출판 기회를 제공하고, 출판이 꿈인 사람들이 많이 쓰는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구글 애드센스를 달지 못하지만, 어차피 나는 티스토리에 광고를 크게 달아도 10원도 벌지 못했다. 자의식을 내려놓고 화끈하게 클릭 장사로 광고료와 관심을 모을 수 있는 능력도 없고 의지도 없다. 그러니까 광고비도 못 버는 티스토리를 접고 출판 포트폴리오를 작성한다 치고 정제된 글을 차곡차곡 쌓아두는 게 나에게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티스토리에 글을 써도 잘만 쓰면 출판할 수 있지 않겠냐는 질문이 들어올 수도 있다. 그런데 티스토리 서비스 자체가 카카오에서 버린 서비스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고, 광고가 덕지덕지 붙은 예쁘지 않은 스킨을 제공하는 플랫폼에 글을 쓸 의욕이 나지 않는다. 광고는 내가 뗄 수 있지만, 구글 애드센스 광고를 달지 않을거면 티스토리를 왜 쓰나요. 게다가 그동안 내가 써온 글 목록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가 쓰고 싶어서 쓴 글, 독자를 지나치게 의식하다가 망한 글, 클릭 장사로 관심받으려고 쓴 글 등등이 마구 섞여 있어서 별로야.

그리고 브런치에는 악플이 거의 달리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 도대체 사람들이 버튼 눌리는 지점이 어딘지 모르겠다. 나는 다른 사람을 화나게 할 의도로 쓴 글이 아닌데 버튼 눌려서 댓글 창에 난리고 그러니 난감하다. 악플도 관심이라며 즐기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이걸 즐길 수가 없어. 왜냐하면 나는 현실에서도 눈치가 없는 사회 부적응자기 때문이다. 오프라인의 내 모습이나 티스토리에서의 내 모습이나 똑같잖아. 어떻게 즐기냐.

이런 이유로 티스토리를 떠나서 브런치에서 새 출발을 하고 싶다. 앞으로 또 도전해야지. 6수 해서 붙었다는 사람도 있었는데, 뭐 나는 10수를 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2.
요즘 나는 심리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ADHD약을 먹기 시작한 뒤로 끊임없이 떠오르던 잡념과 공상이 사라졌다. 공상과 잡념에 가려져서 희미하게 보이던 내 현생이 이제야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트위터를 끊은 뒤에 온라인 속의 내 삶도 사라지고 오프라인의 생활인 내가 보인다.

지인이 '라식 수술했을 때 안경 벗고 세상을 보는 느낌이냐'고 했는데 진짜 그런 느낌이다. 지하실 속에 수십 년을 갇혀 살다가 이제야 세상 속에 던져진 느낌이다. 그런데 이 시기가 너무 늦게 찾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나버렸다. 내가 온라인에 빠져서 내 삶을 회피한 탓도 있고, 내 질병 탓도 있다.

그냥 내 전공 살려서 받아주는 곳에 취직하는 게 가장 쉬운 길인 것 같다. 근데 아직도 하기 싫은걸 보면 내가 철이 덜 들었나 보다. 대학원을 알아보고 있는데 이것도 회피 아닌가 싶고 그래. 지금 준비하는 시험에 합격해야 하는데, 이제야 현생에 집중하면서 준비를 시작하는 수준이라서 과연 붙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래.

방탄이고 몬엑이고 아이돌이고 뭐고 트위터 끊은 지 며칠이 지나니까 관심이 사라졌어. 역시 눈에 보이지 않으면 마음도 없어지나 봐. 역시 트위터는 인생의 낭비. 정말 나만큼 트위터에 몰입했던 사람도 거의 없을 것이고, 나만큼 트위터를 혐오하는 사람도 별로 없을 거다. 트위터에 중독되어서 벗어날 수 없으니까 혐오감은 최고치를 찍고, 근데도 끊지를 못하고. 해킹해준 사람이 진짜 고마움.

트위터에서 만난 사람 한 명과 연이 끊어졌는데 그게 아쉽다. 주 5일 근무했을 때는 사교 욕구를 직장에서 풀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으니까 사교 욕구가 온라인 친분에 집착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

3.
이제까지의 온라인 삶을 뒤로하고 브런치에서 원고를 쓰고, 시험에 합격해서 새 출발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은 현실을 직시하는 고통스러운 시간인 것 같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