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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퍼트 머독과 웬디 덩

0.
어제 마키 님에게 바치는 글을 쓰고 싶어서 마키님 인장을 찾다가 마키님이 최근에 블로그에 쓴 글(나는 스폰 받는 여자연예인들 진심으로 부럽고 좋게 생각해)을 보게 되어서. 마키님을 존경하고 사랑하지만 동의하지 않아.

1.
공부보다 외모에 투자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하지만 나는 차라리 공부에 투자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함. 영화 <뚝방 전설>에서 “전국구 깡패 될 확률보다 서울대 갈 확률이 더 높다. 보스가 될 확률보다 검사 될 확률이 더 높아. 우리 이젠 확률로 살자, 응?”이라는 대사가 나왔는데 나는 여기에 동의하거든. 흔한 학교 일진이 조폭 두목 되겠다고 깝죽거려봤자 고기 방패로 쓰이다가 죽을 확률이 훨씬 높지요.

외모에 올인해서 스폰 잡아서 편하게 사는 방식은 정말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님. 이번에 신천지 이만희가 기자회견을 할 때 귓속말하는 여성이 내조하는 실세라고 일종의 부인 역할을 한다는 기사가 나왔는데, 만일 그런 기회가 온다면 하고 싶음? 물론 나는 능력도 없어서 하지 못하지만 하고 싶지도 않아. 고층 빌딩 유리 청소가 돈을 많이 벌지만 하고 싶지는 않은 것처럼.

스폰이라는 것이 자신의 성적 매력으로 이성과 교제할 수 없는 사람이 돈을 주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스폰을 하는 사람은 매력이 없을 확률이 높고, 돈과 권력이 일방적인 관계이기 때문에 견디기 힘들게 굴 확률도 높아. 자신의 능력으로 먹고살 수 있는데 굳이 그걸 견딜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자신의 젊음과 외모를 무기 삼아서 성공한 대표적인 아시아계 팜므파탈로는 웬디 덩이 있지. 중국에서 살다가, 미국인 부부에게 입양되어서 좋은 교육을 받고 자신의 양부모를 이혼시켜서 양아버지와 결혼해서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고,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을 유혹해서 이혼시키고 그의 아내가 되어서 상류층이 되고. 이혼했고 여전히 스캔들을 흩뿌리며 사신답니다.

웬디 덩 같은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은 내 블로그 글을 안 읽겠지. 마키님의 저 글도 안 읽겠지. 옆에서 누가 뜯어말려도 그렇게 살아. 근데 마키님의 글을 읽고 솔깃해서 '나도 외모에 투자해서 남자 잡아서 살아볼까'하는 갈대 같은 정신력의 소유자는 저렇게 못 살아. 이혼해서 전남편에게 양육비조차 받기 힘들어하는 여자가 얼마나 많은데, 저렇게 남자 이용해가면서 신분 상승하고 부를 축적하는 것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님. 성형해서 예뻐진다고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그리고 웬디 덩은 예일대 경영대학원 나왔음.

과거에는 여자를 나누는 기준이 외모밖에 없었음. 그래서 외모가 여자의 전부였고. 그렇지만 여성도 교육을 받게 된 지금은 예쁜 일용직 노동자보다 못생긴 여의사가 돈을 잘 벌 확률이 높지. 성 평등이 이뤄져서 동일 임금을 받는 사회가 된다는 뜻은 남자가 여자의 외모에 돈을 쓸 여력이 적어진다는 뜻이기도 함. 실제로 핀란드에서는 돈을 잘 버는 여자일수록 출산을 더 많이 함. 남자들이 여자의 외모보다 능력을 보고 결혼하기 때문에, 능력 있는 여자가 결혼할 기회가 많기 때문임. 앞으로도 여자에게 예쁠 것을 요구하는 사회적 압력은 줄어들고 능력 있을 것을 요구하는 사회적 압력이 커질 것. 이제까지 계속 그래왔고. 지금 결혼정보회사에서조차 여자의 학벌과 직업을 스펙으로 보는데. 웬디 덩도 예일대 경영학과 나오니까 루퍼트 머독과 만날 기회를 얻고 결혼까지 당당히 할 수 있었지 그렇지 않았으면 내연녀도 못되었음. 외모만 가지고 재벌 남을 유혹해서 결혼하는 건 정말 힘들어.

성공한다고 쳐도 얻는 것은 막후의 권력일 뿐임. 추미애나 강경화, 김연아처럼 자신의 온전한 권력과 명성과 부가 아니라고. 나에게 누군가 추미애 같은 인생 살래, 웬디 덩 같은 인생 살래 물어보면 나는 추미애 같은 인생 살고 싶음. 자신의 실력으로 당당하게 일궈놓은 커리어를 갖고 싶으니까. 웬디 덩 같은 삶을 사는 사람이 대선에 출마할 수 있을까.

성공할 확률도 낮고 실패했을 때 남는 것도 없으며 성공해도 자신의 온전한 권력과 명성이 아닌데 굳이 추천하고 싶지 않음. 공부하거나 예체능을 하거나 기술을 배우면 스펙 부스러기라도 남고 이력서에 쓸 말이라도 생기지. 확률 낮은 쪽에 굳이 배팅할 필요가 있나. 로또 긁는 정도로 만족을 하면 안 될까.

2.
그렇다고 공부에 무조건 올인하라는 뜻은 아님. 마키 님의 저 글은 '이런 방식으로 사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정도로 이해하고 받아들였으면 좋겠음. 외모에 투자해서 남자 사냥 나갈 것도 아니면서 공부 때려치우고 인터넷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사는 방식은 다양하고 뭐로 먹고 살 게 될지는 모름. 웬디 덩 같은 사례도 있고, 공부로 먹고사는 사람도 있고, 기술을 배울 수도 있고, 친화력이 무기인 사람도 있음. 누군가 공부를 못한다고 그 사람의 인생 망가졌다는 식으로 판단할 필요가 없다는 뜻임.

클라라도 말했잖아. 예쁜 것만으로는 별것 아니라고. 뭔가 잘하는데 예쁘면 플러스라고. 나는 이 말에 동의함. 샤라포바가 돈을 잘 버는 이유는 예뻐서가 아니라 '테니스도 잘하는데 예쁘기까지 한 것'임. 예쁜 것만으로 돈을 벌려면 정말 스폰 잡는 수밖에 없음.

외모에 투자해도 됨.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성공하려고 해도 됨. 그렇지만 무기는 여러 가지일수록 좋으니까 공부하고 있거나 기술을 배우고 있거나 하면 그걸 놓을 필요는 없다는 뜻임.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사회로 변화하고 있으니까 살아남지 못할 거라고 겁먹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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