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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 님 인장

내가 트인낭이라면서 트위터를 그만두고 싶다고 쓴 트윗과 블로그 포스팅 글이 몇 개던가. 그런데 이제는 정말 트위터를 접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트위터를 시작한 것은 2010년 추석이었다. 2013년까지 지인들과 근황을 주고받는 SNS로 활용했고 2014년부터 뉴스 피드로 활용하면서 트위터인이 되었다. 트위터 물이 너무 들어서 일상생활에서 큰 사고도 한 번 쳤던 적이 있어서 트위터를 그만두고 싶었다. 그렇지만 내 입맛에 맞는 정보들이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자극적인 플랫폼을 끊지 못했고 2017년 대선 때 끊었다.

방탄소년단 팬 활동을 뒤늦게 시작해서 2017년 말에 다시 트위터 계정을 만들었다. 그리고 늘 했던 대로 혼잣말을 트위터에 적고 있었다. 곧 변방인님이 나타났다. 나의 첫 트위터 친구였다. 그때까지는 트위터 친구라고 할만한 사람을 가져본 적이 없어서 정말 기뻤다. 예리한 시각을 가진 분이었는데 나를 좋아해 주다니. 너무 좋았다.

2018년 초는 계약도 끝나고 더 일자리를 알아볼 기운도 없어서 침대에서 누워만 지내다가 밤이 되어야 겨우 산책하러 다녀오던 시기였다. 그때 아무런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 세상에는 내가 설 자리가 없는 것 같아서 낮에 깨어있는 것도 괴로웠다. 도피성으로 방탄소년단 팬 활동을 하면서 버틴 것 같다.

트위터에서 마키 님이 나타났다. 마키 님은 내 글재주를 칭찬해주었다. 블로그를 개설해보는 것은 어떻겠냐고 조언했고, 나는 블로그를 만들었다. 마키 님은 내 블로그를 다방면으로 아낌없이 지원해주셨다. 다른 사람들도 내 글이 좋다고 했다. 학창 시절에 칭찬받았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카페에 가서 사람들이 ask.fm에 올려준 주제에 좋은 답을 하기 위해 계속 고심하면서 개요를 짜고, 글을 다듬으면서 글을 올렸다. 내 마음속에서 작은 불꽃이 생긴 것 같았다.

옛말에 선비는 자신을 알아준 사람을 위해서 목숨을 바친다고 했는데 그 말이 이해되었다. 나 자신조차 나를 믿지 못하고 있는데 나를 믿어주다니. 그런 신뢰는 사람의 죽어있던 영혼도 살린다고 생각했다.

푸드 치료라는 심리 상담 과정을 다녔는데 담당 교수님은 3월부터 6월까지의 내 변화가 너무 놀랍다고 했다. 처음에 너무 우울해 보였다고. 그런데 볼 때마다 계속 좋아지고 에너지가 생긴다고. 푸드 테라피를 하면서 더 나아진 면도 있지만 트위터에서 만난 사람들에게서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면서 행복해진 면도 크다고 생각한다.

결국 2018년 5월부터 다시 계약해서 일을 시작했고, 거기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리고 이제는 뭔가를 준비할 수 있겠다는 희망도 생겼다. 수능 때 원하던 대학에 가지 못했던 이후로 나 자신이 뭔가를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해 본 적이 없는데, 열심히 하면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그때 생겼던 것 같다.

마키 님과 통화를 하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이가 되자고 자주 다짐했다. 그때 당시 나는 정말로 마키 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무기력했던 내가 침대를 벗어나서 창작하고 일자리를 다시 알아보고, 여행도 다녀오고.

2019년에는 마키 님과 한라산 백록담까지 오르고, 이까 님과 맛집 탐방을 다니기도 했다. 다시 스무 살 때로 되돌아간 기분이었다. 수능 끝나고 친구들과 같이 겨울 한라산을 오르고 술을 마시겠다고 시청 주변을 돌아다녔을 당시. 친구들과 같이 있었던 것이 당연했을 때. 남들에게는 당연했던 일상이 나에게도 주어진 것 같아서 감동이었다.

2019년 10월이 되어서야 뒤늦게 공부를 시작했는데 공부를 하다 보니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신이 났다. 고3 때보다 더 열심히 공부했던 것 같다. 14시간씩 일주일에 80시간도 공부하고, 나는 내가 그렇게 공부할 수 있는 존재인지 몰랐다. 그렇게 3개월 반 정도 공부하다가 슬럼프가 찾아왔고 2020년 설날 때부터 트위터를 다시 시작했다.

트위터로 돌아온 뒤로 공부는 등한시하고 트위터를 하기에 바빴다. 이런 모습에 실망감을 나타낸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트위터를 하는 동안 무거운 짐을 벗어버린 것 같다. 어제 글을 썼다. 이제는 자의식 과잉에서 벗어나서 홀가분하게 내 미래에만 편히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고.(2020/03/09 - [루이생각] -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그런 변화가 올해 설날부터 3월 8일까지 트위터를 하면서 생겼다. 내가 한심한 인간임을 사람들에게 고백하고 (2020/02/09 - [루이일기] - 루이보스티는 왜 사는가), 내가 해야 할 것은 세상 구하기가 아닌 나 자신을 구하는 것이라는 충언도 얻고, 소시민으로 내 정체성을 세우기도 했고(2020/02/19 - [루이일기] - 괜찮은 소시민이 되기로 했다.). 나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건을 접하면서 나의 한계를 깨닫기도 했다. 내가 트위터에 복귀한 것은 나의 자의식 과잉을 없애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트위터를 하면서 얻은 것들이 많다는 것을 인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내가 그동안 트위터를 비난했던 것은 배은망덕하고 건방진 행동이었다. 트위터만 그만둘 수 있으면 내가 뭐라도 되지 않을까 믿었다. 그런데 그 반대였다. 내가 뭐라도 할 준비가 되어야 트위터를 그만둘 수 있는 것이었다.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준비가 되었으니 트위터에 중독되지 않을 자신이 생겼다.

이제는 나를 응원해준 사람들에게 내가 승리하는 모습으로 보답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꼭 승리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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