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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

‘남과 다른 나에 취해서 글을 쓴다’는 감상이 몇 개나 들어오는 바람에 욱해서 쓰는 글. 님들이 보기에는 내가 홍대병 걸린 사람 같냐? 남들과 달라지려고 애쓰는 사람 같냐? 좋게 봐줘서 고맙다.

정확히 나에 관해 설명하자면 나는 ‘남과 다른 나를 지긋지긋하게 싫어하며 글을 쓴다.’ ‘남과 다른 나에 도취되어 있다’는 말은 원래 나는 평범한 사람인데 남과 다르다는 것을 특별하게 여긴다는 뜻 아님? 아니면 남과 다른 자신을 사랑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네. 아무튼, 나는 평범한 사람은 아니다. 평범하다는 말을 못 들어봤다.

이모를 비롯한 친척들은 물론이고 은사님을 찾아뵈어도 동창들을 만나도 하나같이 ‘아, 그 유별난 애?’라고 내 어릴 적 모습을 기억하고 있더라. ‘네 특이한 성격 때문에 엄마가 그렇게 고생을 했지’라며 엄마가 고생한 사실까지 기억하고 있더라고. 근데 엄마도 내 성격 때문에 고생했지만, 나도 내 성격 때문에 스트레스 많이 받았어.

고등학교 시절에는 성격을 감추지 못해서 사람들에게 싸이코 취급받으면서 은근한 따돌림 당하기도 했다. 그런데 안 고쳐지는데. 이렇게 태어난 것을 어쩌라고. 늘 '너는 왜 튀려고 하냐?'는 말을 들으면서 자라곤 했다. 내가 튀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나한테는 이게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거라고. 나는 사회적 지능이 낮아.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다른 사람이 나를 자연스럽게 느낄지 예측할 수 없다고. 그냥 내 머리로 생각하기에 맞는 방식으로 말하고 행동하면 늘 다른 사람은 '너는 진짜 특이하다'고 말하고는 했다.

일부는 긍정적으로 '논리적이다', '주관이 뚜렷하다'고 말해주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부정적이었다.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한다.', '개성이 너무 강하다.', '싸이코' 등등의 말을 더 많이 들었던 것 같다. 내 머릿속의 로직과 세상의 로직이 다르더라고.

덕분에 튀고 싶지 않아서 옷도 늘 회색 옷만 주야장천 입는다. 정말 튀기 싫어서. 그런데도  사람들 속에서 나는 물과 기름처럼 겉돌고 있다고 느낀다. 차라리 홍대병 걸려서 남과 다른 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만약 내가 남들과 다르지 않고 평범했다면 여시나 더쿠에서 하하 호호 하면서 즐겁게 커뮤질하고 있겠지요. 거기서도 어울리지 못하니까 블로그를 개설해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 아니겠냐. 그리고 남들과 다른 내가 좋았다면 밖에 싸돌아다니는 인싸가 되어서 이렇게 블로그 포스팅이나 하고 있지는 않았겠지. 

그래서 아직도 '왜 그렇게 튀려고 하냐'는 말이 들리거나 글을 보면 감정적으로 변한다. 튀는 것이 잘못된 거냐? 그리고 그 사람에게는 그 행동이 자연스러운 것일 수도 있잖아? 튀고 싶지 않은데 튀고 있는 것일 수도 있잖아? 튀어야만 할 때도 있잖아? 평범한 너처럼 행동하지 못하는 게 열등한 것이라도 되는지? 너처럼 네 로직과 세상의 로직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일 수도 있잖아? 저 사람의 방식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 버튼이 펑 눌리면서 수십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그래서 나는 '튀지 말라'는 말을 못 한다. 나부터가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평범해 보이는지 모르는데 내가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그렇게 행동하라고 할 수 있겠니. 내 블로그 글을 많이 읽은 사람이면 알 텐데, 주변 사람들에게 평범한 사람으로 받아들여지는 사람을 내가 얼마나 선망하는지.

이런 점 때문에 우울증에 걸리기도 했는데, 이제는 받아들이고 있다. 어쨌든 살아야 하니까, 이런 나의 모습도 좋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뭐 어쩌겠어. 상담 선생님이 다른 사람들은 특별해지고 싶어 하는데, 그것도 재능이라고 하더라. '사회생활을 못 하는 것도 재능인가요'라고 내가 반문하기는 했지만, 그 상담 선생님의 말씀이 어쩌면 사실일 수도 있겠지.

어쨌거나 '나는 다른 사람과 주파수가 다른 것 같아, 왜 이러지!' 절망하면서 방에 웅크려 있지만 말고 뭔가 하기로 했다. 뭔가를 하다 보면 어쨌든 결과가 나오겠지. 경험치가 쌓이면 나의 이런 모난 점도 다듬어지겠지 하면서. 댓글 진단처럼 홍대병 걸려서 '남과 다른 나에 도취되어서'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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