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가 여성스럽다는 말은 리얼돌스럽다는 뜻이래

얼마전에 트위터에서 충격적인 트윗을 봤거든. ‘여성스럽다'의 대체용어로 ’리얼돌(여성의 모습을 본 따 만든 자위기구)스럽다'는 표현을 쓰자는 트윗이었음. 그 트윗은 당연히 사람들에게 수많은 비판을 받았고 그럼에도 트위터 랟펨들은 사실을 말한 것 뿐이라면서 굽히지 않고 있음. 그 사람의 말에 따르면, ‘여자가 리얼돌 같은게 아니라, 사회적 여성성이 리얼돌 같다는 뜻'이래. 나는 무슨 말인지 하나도 이해 안 됨.
 
있잖아, ‘젓가락은 포크와 달리 우아하지 못하다'는 말도 인종차별일 수 있거든. 말한 사람은 젓가락을 욕한거지 젓가락 사용자를 욕한 게 아니라고 변명하겠지. 그렇지만 우리는 특정 문화권에서 사용하는 식사도구를 굳이 비난하는 것은 그 사용자를 비난하기 위함이라고 해석하죠.
 
‘나는 사회적 여성성을 보고 리얼돌스럽다고 했지, 실존하는 여성을 보고 리얼돌 같다고 한 것이 아니다'라는 말에서도 우리는 사회적 여성성이 아닌 사회적 여성성을 체화한 여성을 비난하고 싶어하는 화자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걸 파악하지 못한다면 어리거나 인정하기 싫은거겠죠. 그런 사람과는 대화하기 힘들 것 같네요.
 
일부 랟펨은 ‘사회적 여성성은 리얼돌스러움이다'라는 말이 사실이라고 하던데, 사실이 아닙니다. 사회적 여성성을 리얼돌에 비유했는데, 비유법은 정확한 표현을 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 아니죠. 상대방을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 정확도를 일부 포기할 때 사용합니다.
 
저는 ‘이명박 대통령은 전두환과 다를 바 없다’, ‘삼성은 조직폭력배와 같다’는 명제가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봤습니다. 저도 이명박이 나쁜 대통령이었다고 생각하지만, 전두환은 광주에서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한 사람인걸요. 삼성이 경제 범죄를 일으켰지만, 삼성은 조직폭력배와 달리 사회적으로 가치있는 재화와 서비스들을 생산하는 걸요. 그 사람들은 전두환만큼 이명박을 미워해주길 바랐고, 삼성을 조직폭력배처럼 미워해주길 너무 바라다보니 그 말을 사실이라고 믿은겁니다.
 
‘여성스럽다'는 말이 너무 미워서 ’사람들이 여성스럽다고 하는 말은 사실 너에게 리얼돌 같다고 말하고 있는거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말이 없는 여성에게도 여자라서 조용하다고 하고, 수다스러운 여성에게도 여자라서 말이 많다고 합니다. 여성스럽다는 표현이 담고 있는 의미는 굉장히 다양합니다. ’여성에게 부여하는 사회적 역할을 잘 수행한다'는 칭찬의 의미이기도 하고 ‘너는 그래봤지 여자일 뿐'이라는 폄하의 의미이기도 해요.
 
그래서 사회적 여성성에 대한 이야기를 함부로 논하고 싶지 않지만 저는 하나 확신합니다. 사회적 남성성을 체화하거나 체화하고 싶어하는 사람보다는 사회적 여성성을 체화하거나 체화하려 하는 사람이 더 좋은 사람입니다.
 
저는 사회적 여성성이 아니라 사회적 남성성 때문에 여성혐오가 생긴다고 생각해요. 제가 팔로우하던 트랜스젠더 남성이 그런 고민을 토로한 적이 있어요. ‘남성 사회에 끼어들려면 여혐을 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고요. 실제로 많은 여성혐오 범죄를 일으키는 남자들이 사회적 남성성을 추구한 남자들 아니었나요.
 
저는 굳이 여성을 섹스도구에 비유해가면서 여성스럽다는 표현을 악의적인 표현이라고 주장해야 할 필요를 못 느낍니다. 나이키 광고를 보세요. ‘여성스럽다는 것은 강철같은 의지와 절제, 도전정신'이라고 말하고 있잖아요. 여성스럽다는 표현을 긍정적으로 만드는 방식도 있는데 굳이? 별로 이해하고 싶지 않아요.
 
오늘도 저는 페미니스트에서 한 발자국 더 멀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