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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에서 논란이 된 캡처

얼마 전에 트위터에서 한국 남자 비난 흐름이 있었다. 늘 한국 남자 비난 흐름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달랐다. 이제까지 대부분의 비난은 내가 수긍할만한 비난이었는데 이번에는 별로 동의할 수 없더라고.

〈짝〉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남자 출연자들이 여자 출연자들의 여행용 가방을 옮겨주지 않아서 비난이 일어난 것. 남자 출연자들이 '평등한 시대니까 들어줄 필요 없다'면서 웃는 것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틀린 말은 아니잖아. 근데 이 말에 남자와 여자가 지켜야 할 사회적 매너가 다르다고 주장했던 성차별주의자도 아니고 성 평등을 주장했던 페미니스트(이하 페미)들이 화내더라고.

페미라면서. 성 평등이라면서. 자기 짐을 옮기는 것은 성인이라면 할 수 있잖아. 그걸 돕지 않았다고 며칠씩이나 욕할 필요가 있냐. '여자는 약하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서 고군분투한 여군과 여경들이 존재하고, 여성들의 신체적 단련을 강조했던 수많은 페미가 있잖아. 그런데 '약한 여자를 위해 짐을 들어주지 않으면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모순이잖아. 물론 사람이니까 모순이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정치적 담론이 오가는 곳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해.

여성 혐오가 심하다고 해서 여자들이 불이익만 겪는 것은 아님. 가부장제가 강할수록 가부장제의 그늘 역시 짙거든. 가부장제의 그늘에서 여자들이 누리는 몇 가지 혜택이 있지. 예를 들어 가부장제가 강할수록 가정 내 시어머니의 입김이 강해진다든가 하는 경우 말이지. 성 평등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그런 가짜 이득은 버릴 수 있어야 함. 진짜 성 평등을 원한다면 자신의 남편이 가정주부가 되고 내가 가족을 부양할 가능성도 인정해야 한다는 선생님의 말씀이 떠올라. 그러니까 부담이든 권리든 평등하게 나눠 가져야지.

나는 데이트 비용도 비슷한 경우라고 생각하거든. 남자가 모든 데이트 비용을 부담하는 관습은 여성이 경제권을 갖지 못했던 시대의 낡은 관습이라고 생각해. 여성의 경제권이 약한 시대에는 당연히 남자가 데이트 비용을 내야지. 여성이 돈을 벌지 못하는데 어떻게 돈을 내냐. 그렇지만 여성에게 경제권이 인정되고 임금이 비슷해진다면 데이트 비용을 나눠서 내야지. 데이트 비용은 자기가 즐겼으니까 내는 돈이잖아.

굉장히 급진적인 주장을 하는 페미가 있던데 그 사람은 배드파더스도 욕하더라고. '여성이 양육비를 부담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되는데 배드파더스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던데 여기에 동의함? 엄마도 아빠도 같은 부모 아님? 양육하지 않는 부모는 양육비를 부담해야지. 여자라고 양육비를 부담하지 않겠다고 하면 어떡함. 

여성의 짐을 누가 들어야 하느냐, 데이트 비용 분담, 양육비 문제 세 가지 모두 같은 문제라고 생각함. 결국, 부담을 누가 하느냐의 문제야. 여성 혐오가 지금보다 훨씬 강했던 시절에 여성에게 주어졌던 사소한 특혜인데 이걸 놓아주고 진정한 성 평등이라는 더 큰 권력을 갖는 것이 바르다고 생각해. 동시에 가질 수는 없어. 과연 동등한 책임을 지고 싶어 하지 않는 사회 구성원의 권익 향상을 추구해야 할지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잖아.

물론 지금은 여남 임금이 동등하지 않기 때문에 여성이 데이트 비용을 적게 부담하는 것도 이해가 가지만 말이지. 여남 임금이 동등해질수록 당연히 여성이 데이트 비용을 부담하는 비율도 늘어나는 것이 맞지. 사람들의 사정은 각자 다르니까 적용은 제각각 다르게 할 수 있지만, 원칙이 그렇다는 말이야.

설마 자기 미모 자랑하려고 '나는 예뻐서 남자들이 데이트 비용 다 부담하면서 데이트하려고 줄 선다'이런 말은 댓글로 적지 않겠지. 페미라면 '여남 데이트 비용 동일 부담을 위해서 여남 동일 임금이 실현되어야 한다'는 말을 하는 것이 더 합당하다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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