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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패션에 문외한이다. 내 옷에도 관심이 별로 없고 남의 옷에도 별로 관심이 없다. 이러다 보니 애로사항이 생긴다. 내 나이에 맞게 옷을 입지 못한다는 생각이 자꾸만 드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에게 신뢰감을 주고 싶은데 내 옷차림은 상대방에게 신뢰감을 주는 옷차림이 아닌 것 같다. 요즘 미니멀리즘에 심취했는데 내 옷장의 옷들을 정리하고 필요한 아이템들을 채워 넣어서 캡슐 옷장을 만들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이전에는 옷장 정리를 도와주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해외로 떠난 관계로 혼자 옷장을 정리해보고자 도서관에서 패션 관련 책들을 빌렸다.

책들을 빌렸는데, 책이 출판된 순서에 따라 변해가는 패션의 흐름이 재미있었다. <잇 걸>, <The Look>, <옷을 입다>, <내 옷장 속의 미니멀리즘>, <주말엔 옷장 정리> 순서로 출판되었다. <잇 걸>은 2008년에 출판되었는데 드라마  같은 느낌이 난다. 좋게 말해서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이너 브랜드 위주의 패션이고 나쁘게 하면 허영이 보이는 거지. <The Look>도 마찬가지. 의 목차를 보면

케이트 모스, 알렉사 청이 참을 수 없을 만큼 멋져 보일 때 런던 스트리트 스타일로 입고 싶을 때
파리에 못 가봤어도 프렌치 시크를 음미하고 싶다 파리지엔처럼 입고 싶을 때
나만의 특별한 감각을 만방에 자랑하고 싶다 패셔니스타처럼 보이고 싶을 때
그만을 위한 나쁜 여자로 변신하라 유혹해야 할 때 팜므파탈처럼 싶을 때

이렇게 되어있음. 요즘은 페미니즘의 영향으로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과시하는 옷차림보다 절제되고 신뢰감을 주는 옷차림을 선호하잖아. 근데 그 책은 패션이 하나의 놀이이고 많은 돈을 투자하는 것이 당연한 전제로 패션을 다루고 있음. 그래서 패션 관련 책은 최근의 책을 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도 하이패션 워너비들이 추구하는 바가 어떤지 궁금하면 이 두 책을 보는 것이 괜찮아 보임. 참고로 <잇 걸>과 <The Look>의 저자는 같은 사람임.

<옷을 입다>는 옷을 입는 방법을 정석대로 설명해주고 있는 것 같았음. 내가 서점에서 천계영의 <드레스 코드>를 샀는데 그 책에 옷을 입는 방법이 패알못에게 설명하듯이 자세히 나와 있거든. <옷을 입다>는 <드레스 코드> 내용을 압축해 놓은듯한 느낌이었어. 그래서 둘 중의 하나 있으면 굳이 새로 읽을 필요가 없다는 느낌도 들고. 길이감은 어떤 게 좋고, 색 조합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고 등등 둘 다 자세하게 설명해놓은 책임. 그래도 분량이 분량이고 만화이니만큼 <드레스 코드가> 더 자세하고 쉽기는 하다.

<내 옷장 속의 미니멀리즘>은 제목을 보고 혹해서 빌렸는데 사실 이 책이 제일 전문적임. 패션 잡지 자주 보는 사람 아니면 추천 안 함. 패션 용어가 너무 많이 나와서 어려움. 굳이 옷장 구성을 위해서 이렇게 머리를 쓰면서 계산을 하고 노력해야 할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 몇 페이지 넘겨보다가 그냥 덮음.

<주말엔 옷장 정리> 이 책은 최근의 미니멀리즘 경향에 따라서 계절별로 33가지 아이템으로 옷장을 구성할 수 있도록 옷장 정리 방법을 순서에 맞게 하나씩 차근차근 정리해놓음. 다른 책들과 달리 무슨 아이템이 필요하고 무슨 룩이 필요하고가 아니라 일단 가진 옷에서부터 시작하고 옷장 주인의 취향에서부터 시작함. 책도 얇고 진짜 실용적이라서 캡슐 옷장 만들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

나중에 출간된 책 일수록 <sex and the city>적 허영이 덜하고 페미니즘과 미니멀리즘의 영향으로 단순하고 간편한 복장 위주로 변해가는게 흥미로웠음. 왜 페미니즘이 여성 복식에도 큰 영향을 끼쳤잖아. 그걸 보는 것 같았달까.

이 책들을 읽고 나서 옷을 잘 입을 자신이 생겼냐 하면 또 그건 아님. 일단 <드레스 코드>를 다 읽고, <주말엔 옷장 정리>에 옷장을 정리하고 자신만의 룩북을 만드는 방법이 나오는데 시간이 날 때 옷장 정리하면서 룩북 만들고 그러면서 연구해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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