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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타 엑스 셔누


24일에 트위터 계정이 정지되고 나서 트위터를 못 했다. 완전히 그만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트위터를 들어가는 시간이 확 줄었다. <82년생 김지영>의 영화평을 알기 위해서 발행 계정으로 로그인해서 검색해 보는 정도. 팔로 해 둔 계정이, 정지된 내 계정과 마키 티스토리 발행계정뿐이니까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바뀌는 타임라인을 보는 일이 없어졌다. 그래서 타임라인을 계속 새로 고치는 일도 없어졌다. 트위터 친구 계정이 생각나면 들어가 보기는 하는데 모든 트위터 친구들의 계정을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트위터 친구들 타임라인 보는 시간도 거의 사라졌고.

트위터를 하지 않으니까 심심하다. 심심하다고 글 쓸 곳도 없다. 트위터 밖에는. 그래도 마음에 평화가 깃들긴 한다. 법회에 참석했는데 처음과 중간과 끝 모두가 좋아야 진정한 행복이라고 하더라. 술이나 도박은 처음만 좋지 끝이 좋지 않잖아. 트위터도 처음만 좋지 하고 나면 악영향이 느껴지니까 진정한 행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트위터를 하지 않는다고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건 아니다. 다른 허튼짓을 찾아서 한다. 요즘에는 갑자기 보험에 꽂혀서 보험을 알아보고 있고, 내가 가진 모든 사진 파일들을 찾아서 클라우드 한곳에 다 모아놓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정리가 끝나면 연도별로 사진을 300장 정도씩으로 추려서 앨범을 다시 리셋할 예정. 적고 보니 트위터보다는 생산적인 일을 하는군.

마침 24일에 계정이 정지되어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내가 좋아는 아이돌 판에 터진 사건을 고스란히 다 직접 겪을 뻔했다. 밤새도록 반응을 검색하고 타임라인 새로 고치고, 다른 사람들이 화내는 것에 같이 휩쓸려서 화내면서 절망했을 것임. 팔로워들 눈치 보면서 내 입장 표명도 해야 했을 것이고. 나중에야 사건이 있었다는 걸 알았고, 어떻게 수습되는지도 알았음. 좀 떨어져 보니까 스트레스가 덜하더라고. 내 트위터 계정을 해킹한 사람이 타이밍은 잘 맞춰준 것 같음.

트위터를 그만두니까 아이돌이 눈에서 멀어지니 관심도 줄어들었다. 사실 울릉도 여행 이후에 현실을 자각하기는 했었다. 리움 박물관에 들러서 세계적인 작품을 보다가, 아이돌 전시회 가서 아이돌 사진을 보니까 갑자기 허탈해지고 회의감이 느껴졌음. 슬프게 시리. 나는 지적 허영심도 많은 사람이라서 갑자기 내가 아이돌을 좋아한다는 게 하찮게 느껴지는 거야. 그래도 아직 좋아하긴 하지만.

평화로워서 좋다. 내가 무엇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일일이 다 적고 싶었는데 그럴 필요가 사라지니 행동도 빨라졌고, 내 모든 행동을 정치적으로 검열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생각하니 자유로워졌다. 서로 조롱하고 싸우는 모습을 보지 않으니까 신경이 곤두서지도 않음. 예전에는 신나고 괴로워하면서 시간 낭비를 했다면, 지금은 심심하고 평화롭게 시간 낭비를 하는 중. 내 정신건강에는 후자가 더 나은 것 같다. 

아무튼 저는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모두 즐겁게 지내면서 2019년 잘 마무리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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