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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무언가를 까거나 싫어하는 감정에서 덕질의 에너지를 얻는걸 정말 싫어하거든요 근데 요즘 굉장히 그런 유형의 사람들이 많이 보여서 힘드네요 자신이 그런 유형인지조차 모르는 사람들도 많구요


루이보스티

약 1시간 전

그렇죠. 싫어하는데서 에너지를 얻는 경우가 있죠. 사람들의 여러 부정적 감정 중에서 유일하게 중독되는 감정이 ‘분노’라고 해요. 슬픔, 절망 등의 다른 부정적인 감정과는 달리 분노는 에너지를 주니까요.

그렇지만 행복이 아닌 분노를 에너지원으로 삼으면 부작용이 너무 커요. 분노는 다루기 어려운 감정이라 확산되기 마련이거든요. 분노는 주변사람들에게 튀어서 대인관계를 망쳐서 고립될 가능성이 크죠. 그리고 스스로에게도 분노하게 되어서 자신을 공격(자학)하게 되기도 하고요. 또 분노를 에너지원으로 삼다가 분노에 잡아먹히는 경우도 많고요.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목표가 아닌, 엉뚱한 대상에게 분노를 뿜어내다 망가지는 경우도 많고요.

지금 남아있는 워마드를 보세요. 여성혐오 사회에 대한 분노를 에너지원으로 삼으면서 여성혐오 척결을 하려고 했지만, 그 분노에 사로잡혀서 아무나 여성혐오로 공격하잖아요. 지구상에 여성혐오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사람은 없으니, 그냥 아무나 공격하면 되니 분노가 불필요하게 난사되는거죠. 결국 성평등에 효율적으로 이바지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잖아요. 스스로도 분노에 사로잡혀서 망가지고요.

분노라는 감정이 단기적으로는 내가 강해진 듯한 착각을 주지만, 결국 자신과 주변인을 갉아먹게 되니까요. 질문자님은 에너지의 동력이 분노인지 아닌지 판단하실 수 있는 분이니, 분노가 에너지원인 사람이나 판은 가급적 피하시는게 좋은거 같아요. 자신의 연약한 모습을 싫어하는 사람일 수록 분노에 더 잘 중독되는거 같아요.

가끔 외로워서 분노하다가 외로움이 가시면 분노가 줄어드는 경우도 있거든요, 한 번 이야기해보시고 분노가 줄어드는 것 같으면 친하게 지내도 되겠지만, 아닌 경우는 그냥 피하시는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합니다.

근데 요즘 방탄소년단의 활동이 뜸해서 떡밥이 줄어드니 분노를 에너지원으로 삼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 같기도 해요. 그리고 더 이상의 아이돌의 커리어 성장이 기대되지 않는 경우(희망이 보이지 않는 경우)에도 분노를 에너지원으로 삼는 사람이 늘어나더라고요.

사실 그래서 이번 방탄소년단이 유튜브와 콜라보를 한 '번 더 스테이지'도 걱정됩니다. 멤버들이 고통받는 모습을 보며 슬퍼하는 감정이, 방탄에 우호적이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분노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보이거든요. 그러면 분노가 동력인 팬들은 남아있지만, 팬덤 분위기는 더 살벌해져서 행복한 덕질은 힘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합니다. 물론 분노한 사람들은 이성적 사고가 힘드니까, 빅히트가 돈을 더 잘 쥐어짤 수 있는 결과도 나오겠지요.

행복의 날이 2분 남았습니다. 그래도 질문자님과 답변을 작성하고 있는 저,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분들은 1년 365일 모두가 행복의 날이기를 바랍니다. 행복한 덕질 하시기를 바랍니다.

(2018-03-20)

원문 링크: https://ask.fm/Amanda_Kim01/answers/14708700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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