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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벨벳 아이린

‘그냥 싫으면서 이유 만들지 마라’라는 댓글을 봐서. 세상에 이유 없이 무언가를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냥 싫다.’, ‘이유 없이 싫다’는 말을 긍정하면 세상의 온갖 혐오 감정들을 다 용인해줘야 함. 원인이 없으면 해결책도 없거든.

‘나는 그냥 흑인이 싫다.’, ‘나는 이유 없이 동성애자가 싫다’라는 말을 하는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하겠니. 자신의 혐오 감정은 어떤 원인 때문에 발생한 것이기에 그 원인을 없애면 혐오 감정도 없어질 거라는 뜻이 아니라, 어떠한 원인도 없이 우주가 존재해왔던 것처럼 자신의 감정도 계속 존재할 거라는 뜻인데.

싫어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음. 그 원인이 합리적인 이유일 수도 있고 비합리적인 이유일 수도 있음. 사회에서 습득한 혐오 감정일 수도 있고, 자신의 개인적인 트라우마 때문에 생긴 감정일 수도 있고, 아니면 혐오 대상이 명백하게 혐오스럽기 때문일 수도 있음.

중세 유럽에서 마녀사냥도 사람들이 마녀를 혐오했기 때문 아닌가. 그 이유는 종교적인 이유였고. 그냥 마녀를 싫어해서 마녀사냥을 한 것이 아니지. 우울증이 있는 사람에게는 자살 협박을 하는 누군가가 자신의 우울증을 자극하기 때문에 싫을 수도 있고. 이건 개인적인 이유인 거고. 아니면 음주운전을 하는 사람을 싫어하는 이유는 음주운전이 보행자로서 자신의 목숨을 위협한다고 느끼기 때문일 수도 있음.

연예인을 싫어하는 이유도 비슷하지 않나. 김태희급으로 누구에게나 여신 소리를 듣는 여자 연예인을 싫어하는 여자는 별로 없지. 자신과 아예 급이 달라서 번식 경쟁을 할 필요가 없으니까. 그런데 조금 흔한 듯 예쁜 연예인을 싫어하는 경우는 많지. 자신과 같은 성별의 번식 경쟁력은 과소평가하고 자신의 번식 경쟁력은 과대평가하는 경향 때문에 그 사람들과 자신이 번식 경쟁할 확률이 있다고 생각하거든.

세상에 그냥 싫어하는 경우가 어디 있냐. 그건 왜 싫어하는지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기 싫어하는 겁쟁이들이 내뱉는 소리고. 그럼 여성학에서 왜 여성 혐오의 원인을 분석하려고 하겠냐. 그냥 여자가 싫어서 여성 혐오가 생겼다는데. 말이 되니. 원인을 알아서 그 원인을 해결해야 혐오 감정이 없어지지요. 뭔가가 싫으면 그 감정을 분석해봐야 한다고 생각함. 그렇지 않으면 싫어하는 것의 가짓수가 늘어날 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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