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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보

트위터에서 한창 ‘비혼 여성 금융 커뮤니티’가 화제가 되어서 쓰는 글. 비혼 여성들끼리만 정보를 주고받는데 그 정보가 시중에 있는 정보보다 더 좋을 리가 없다는 의견이 나왔고 나도 거기에 동의했어. 고급 정보는 최상위 극소수만 알기 때문에 어차피 그런 커뮤니티에서 공유될 수 없거든. 그러면 개미들이 주고받는 정보를 공유할 텐데, 그런 정보들은 더 많은 사람이 있는 커뮤니티에서 공유하는 것이 나아. 더 많은 검증을 받을 수 있거든.

비혼 여성 금융 정보 커뮤니티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남성 혐오를 해. 정확히 말하면, 여자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남성을 혐오해야 한다고 생각해. 그래서 남성을 배제하고 정보를 주고받는 커뮤니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나는 세속적인 성공을 원하는 여성이 남성 혐오를 한다는 사실이 모순이라고 생각해. 남성 혐오를 하면 성공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거든.

남자들의 끈끈한 호모 소셜네트워크에 끼지 못해서 여자들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말은 종종 하잖아. 그렇다고 남자들과 완전히 단절될 수는 없음. 개중에 자신과 유대관계를 맺은 여자를 지원해주는 남자도 있기는 함. 한국에서 성공한 여성이 '나는 일부러 폭탄주를 마셔가면서 남자들과의 관계를 쌓아나갔다'고 말하는 인터뷰는 너무 많고. '낡은 남자 시계를 끼고 다녀라, 누군가 그 시계가 특이하다고 말하면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시계라고 말하며 아버지와 관계가 돈독하라고 알려라'는 처세 조언도 있지요. 대부분 사회생활을 하면 여자보다 남자들을 마주할 때가 많을 텐데 남자들과 유대관계를 맺지 않고 직장생활을 하는 것이 가능할까?

정치인의 경우에도 여성운동으로 커리어를 쌓아온 사람보다 여성운동과 관련 없이 커리어를 쌓아온 여성 정치인이 더 대권 주자에 가깝다는 평을 들어. 여성의당 같은 경우에는 태생적으로 남성 유권자들에게 호소하기가 쉽지 않아서 당의 확장성에 한계를 가져. 이전에도 여성 래퍼가 '힙합씬의 남성들과 유대관계를 유지하며 작업해야 하는데 페미니스트 선언을 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고.

이런 커리어 문제뿐만 아니라, 남성 혐오를 한다면서 오히려 반대로 편향되어버리는 경우도 나타나. 몇 달 전에 마스크를 오염시킨 아르바이트생을 남자로 판단해서 비난한 경우도 있었는데 그 아르바이트생은 여자였지. 이런 식으로 부작용이 나타나서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것을 방해하기도 해.

페미니즘 리부트 초기에 여성 혐오를 남성 혐오로 미러링해서 신선한 시각을 제공해주는 효과도 분명히 있었지. 그렇지만 성범죄 피해자가 남성인 경우에 남성을 2차 가해하는 등의 도를 넘는 사건들도 있어서 오히려 지금은 페미니즘의 이미지만 망가뜨린다고 생각해. 

'남자를 사랑하면 여자는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고 남자에게 의지하려 한다'며 여자의 성공에 남성 혐오가 필수적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 말은 여성 혐오적이라고 생각함. 만약 남자를 사랑하는 바람에 자신의 커리어를 포기한다면 그 사람은 원래 그 정도의 사람이었던 것이 아닐까. 남자를 사랑하면서도 자신의 커리어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여자들은 많아. 여성의 경력단절은 남자를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지.

남들은 최첨단 운동복을 입고 전력 질주를 하고 있는데 남혐이라는 모래주머니를 차고 달리면서 이기겠다는 것은 이상하지 않나. 치열한 금융 시장에서 돈과 관련된 정보라면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얻어도 모자랄 판에 성별을 가려가면서 정보를 공유한다는 것은, 글쎄.

최대한 내 안의 혐오를 없애야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고 더 나은 판단과 행동을 할 수 있는데 남성 혐오라는 새로운 혐오까지 하려 하면서 세상을 정확히 보고 싶다는 것은 모순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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