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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시발점이 된 트윗

오늘 트위터에 접속했는데, '강간 판타지'가 실시간 트렌드에 올라가 있더라. 찾아보니 시발점이 된 트윗은 위에 올린 트윗이었고. 저 트윗으로 '강간 판타지라니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냐'며 화내는 사람도 있었고, '강간 판타지는 학술용어이며, 일반적인 현상이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음.

저 트윗 작성자와 옹호자들의 주장은 이래. '강간 판타지란 억압적인 사회에서 남성의 데이트 폭력 등을 로맨틱하게 포장하여 받아들이는 행위로, 강간 문화가 만연한 사회에서 여성들이 남성의 폭력을 받아들여야 하는 구조에서 살아가야 하므로 일어나는 방어기제다. 강간 판타지는 엄연히 강간 문화의 일부이며 여성들이 자주 보는 로맨스 소설이나 BL, 드라마 등에서도 자주 보인다. 한국 사회의 강간 문화를 없애기 위해서는 강간 판타지를 가진 여성들이 많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한다'는 말임. 'rape fantasy'가 학술 용어래.

저 트윗에 반발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이래. '강간 판타지라니, 대부분의 여성은 강간당하거나 강간당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강간 판타지는 극소수의 잘못된 취향을 가진 사람들에게나 존재할 것이며, 사회적으로 용인해서는 안 된다. 강간 판타지라는 용어는 오히려 강간 범죄를 정당화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 위험한 생각이다.'

그냥 주장만 맞부딪히지 않고 성폭력 피해자 부모가 강간 판타지라는 표현을 비판하니까 원래 트윗 작성자가 나도 성폭력 피해자라고 주장하면서 서로 감정적으로 격해지고 난리였다.

나는 저 강간 판타지라는 용어를 처음 들었는데, 일리가 있다고 생각함. 로맨스 소설을 몇 편 읽어봤고 BL이나 팬픽도 읽어봤는데 거기서 강압적으로 키스나 성행위 하는 장면이 자주 나와. 그리고 결국 성폭력 피해자와 가해자가 행복하게 사귄다는 결말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거든. 그런 성폭력이 마치 사랑을 위해 필요한 과정처럼 그려지는 경우가 많아. 예전에는 더 많았고. 그래서 나는 저 강간 판타지라는 용어가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거든. 물론 모든 여성은 강간당해서는 안 되고, 실제 자기가 강간당하고 싶다는 판타지는 아니지.

근데 드라마에서도 벽치기라든지 손목을 잡고 억지로 끌고 가는 장면이라든지 데이트 폭력 장면이 로맨틱하게 포장되었던 적도 많잖아. 이전에 미국인이 남긴 한국 드라마 감상평 중에 '왜 남자가 여자를 저렇게 거칠게 대하나'하는 반응이 있었거든. 그래서 미국 드라마에서는 데이트 중에 저런 장면이 없나보다 생각했는데 한국 드라마보다 적더라고. 한국보다 미국이 여권이 높잖아. 그러면 미국인들은 한국인보다 강간 판타지를 가질 이유가 적다는 뜻이지. 여성들이 굳이 남성의 폭력을 정당화하면서 수용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니까. 그러니까 데이트 폭력을 로맨틱하게 그릴 필요가 없다는 뜻 아니겠어. 데이트 폭력은 폭력일 뿐이니까. 여권이 높은 사회의 여성은 강간 판타지를 가질 필요가 없고, 남성들의 성폭력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하면 아귀가 딱 들어맞아.

다만 성범죄자들이 강간 판타지라는 단어를 오염시키면서 자신들의 범죄를 정당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현실적이라고 생각함. 그래서 단어를 매우 신중하게 써야 한다고 생각해. 다른 사람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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