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타진요

트위터를 못 끊고 다시 돌아온 루이보스티. 오늘도 트위터를 켭니다. 실시간 트렌드를 확인합니다. 오늘의 실시간 트렌드에는 ‘여성 혐오’가 올라 있고 ‘트랜스젠더’가 올라있네요. 무슨 말을 하는지 궁금해서 눌러봅니다. 어라. 트윗들을 본 루이보스티의 표정이 질린 표정입니다. 왜 그럴까요? 몇 달 전에도 있었고 몇 년 전에도 있었으며 수없이 반복되었던 말들이 또 적혀있으니까요.

정말 무한 반복되는 이 모습을 보면서도 트위터를 못 끊는 나도 나지만, 에너지와 시간을 쏟아가면서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래디컬 페미니스트들도 징하다. 진짜로.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의 상대인 트랜스젠더는 자신들의 정체성과 삶이 달려있어서 절박한 문제라고 쳐도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은 왜 '트랜스젠더는 실존하지 않는 허구의 개념이며, 여성 혐오적인 개념이다'라는 주장을 놓지 못하는 걸까.

타진요 같다. 타블로가 스탠퍼드 대학을 졸업했을 리 없다면서 박박 우겨대던 그 타진요들. 아마 타블로가 논문을 썼다고 논문 번호를 말했어도 타진요들은 '타블로가 고위 관계자와 연결되어 있어서 해킹으로 논문들의 논문 번호들을 하나씩 밀어내서 자신의 논문을 중간에 집어넣었을 것'이라고 주장했을걸. 그렇게 지독하게 타블로가 스탠포드대 출신일 리 없다면서 집착했던 타진요의 일부는 징역형까지 받았다.

타진요처럼 누군가가 나에 대해서 '네가 왜 한국인인지를 증명해봐', '네가 나온 대학 출신임을 증명해봐'라면서 물고 늘어지면 나는 증명 못 한다. 주민등록이 되어있고, 학적이 존재하지만 누군가가 '대한민국 행정부가 인증한 주민등록도 결국 꾸며낸 것이며, 학적도 잘못된 것이다' 우기면 할 말이 없거든. 생각해보면 모든 일이 그렇다. 사람의 경력, 학력, 정체성 등등 대부분을 절대적으로 무오류로 증명해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대부분의 기관에서 그래서 합리적인 수준에서 인정할 만한 서류를 제출하면 그렇다고 인정한다.

트위터의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은 트랜스젠더에게 그러고 있는 중이다. '네가 디아스포라를 겪는다는 사실을 증명해봐, 네가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증명해봐' 그래서 트랜스젠더들은 자신의 경험담을 만화로 그리고 비유로 설명하려고 하고 과학적 지식을 동원하고 WHO가 트랜스젠더가 존재한다고 인정한 사실을 말하며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 애쓴다.

그러나 그런 노력을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은 비유가 완전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이용해서 조롱하고, 설명하는 사람의 과거 행적에서 여성 혐오를 찾아내어 메신저를 공격하고, 중학교 수준의 과학 교과서를 들고 오며, 때로는 어휘들이 너무 어렵다고 공격하고, 의료기관에서 트랜스젠더의 존재를 인정한 것은 수술비를 벌기 위함이라며 음모론을 만들어낸다. 내가 트랜스젠더였다면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의 이런 모습 때문에 강박증이 생겼을 것이다. 합리적인 수준에서 트랜스젠더들은 그들이 존재함을 알렸다. 목숨을 걸고 수술하고 수년의 시간을 바쳐서 법적인 소송까지 하면서 자신의 성별을 증명하는데 더 이상 어떻게 하겠나. 

학문은 설명하기 위해 존재한다. 새로운 생물이 발견되면 그 생물을 탓하지 않고 기존의 학설이 수정된다. 트랜스젠더라는 존재를 알게 되었으면 자신이 갖고 있던 가치관을 바꾸는 것이 순서 아닐까?

왜 저렇게 트랜스젠더의 존재를 부정하는데 그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쏟아붓는가. 안전한 화장실을 만드는 것과 트랜스젠더의 존재 여부는 별개다. 트랜스젠더들을 모욕하고 조롱한다고 여성 인권이 올라가지 않는다. 사람들이 인권 보장을 확산하고 확립하고 있으며 이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대세이다. 트랜스젠더의 존재를 부정해봤자 시대에 뒤떨어지기만 할 뿐이며, 페미니즘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트랜스젠더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에 계속 주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트랜스젠더의 존재를 빠르게 인정하고 그들과 여성의 인권을 조화시키는 데에 에너지를 쓰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하다.

언제까지 트랜스젠더에게 (자신이 원하는) 진실을 요구한다고 물고 늘어지고 있으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2019/10/27 - [루이후기] - 루이의 울릉도•독도 여행 후기 겸 tmi

2019/05/31 - [루이생각] - 독실한 기독교 신자가 되고 싶다

2019/04/24 - [루이생각] - 표준어라는게 뭐길래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