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우주소녀 쪼꼬미

어떤 유저가 게임 커뮤니티를 탈퇴하면서 페미임을 밝히자 "혐오와 차별을 반대한다는 분이 페미니스트라고 셀프 인증하는 모순을 보여주시네요? 평생 피해 의식 갖고 사세요 그럼"이라는 댓글이 달린 일이 있었다. 이 문장 자체가 모순적이지 않나? 페미니스트는 혐오와 차별을 반대하는 존재잖아. 댓글을 쓴 이가 '페미는 혐오와 차별을 하는 사람이다'라고 인식하기 때문에 그런 댓글을 쓴 것 아니겠어. 


어제 이 문제로 트위터에서 키배 떴는데. 외부인이 보기에 '페미는 혐오와 차별하는 집단이다.'라고 생각을 할 수도 있지. 근데 키배 뜬 상대방은 '나는 그렇지 않은데 왜 싸잡혀서 욕먹어야 하냐'고 광광 울더라고. 애새끼인가 싶어서 심하게 뭐라 하지는 않았다만.

사람들은 페미의 다양한 분파, 다양한 의미 이런 거 별로 알고 싶어 하지 않아. 그냥 내 눈에 보이는 페미가 어떻게 행동하냐에 더 관심이 있지. 여혐러들 중에서도 기독교 형 여혐러, 전통적 가부장 제형 여혐러, 인셀 형 여혐러 등등 다양하지만 그거 다 구분해가면서 '아 쟤는 여성들의 군복무를 반대하는 마초적 여혐러니까 인셀 형 여혐러와 같이 묶어서 생각하면 안 되지' 이러면서 상대함? 기독교 욕할 때, 성소수자 포용하려고 노력하는 교회도 있고 자진 납세하는 교회도 있고 이러면서 다 사정 살피면서 욕함?

그래, 함부로 싸잡아서 욕하면 안 되지. 그런데 명언이 있잖아. '외모로 남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당신은 외모로 판단될 것이다.' 외모로 남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윤리 기준이고, 외모로 판단하고 있는 것은 현실이지. 현실에서 사람들이 그렇게 싸잡아서 나타나는 양상만으로 판단하잖아. 트페미의 소굴인 트위터만 봐도 '사람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트윗이 수천 번 동의 리트윗이 되는데.

페미를 하나도 모르고 별로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 사람인데 인터넷을 많이 한다고 생각해봐. 소라넷 폐지, n번방 공론화처럼 신생 넷페미들이 이룬 성과도 있지만 호주 국자 사건, 홍대 누드 사건, 숙명여대 입학 반대 사건 등과 같은 사건들도 많았어. 그리고 트위터에서 같은 여자에게 '좆빨러'라고 모욕해도 되냐 아니냐로 무려 논쟁씩이나 벌이고 있고. 남자 유·아동을 '한남 유충'이라 불러도 되냐 아니냐 하냐로 싸움. 물론 '좆빨러', '한남 유충' 단어에 찬성하는 쪽은 래디컬 페미들임. 이런 모습을 보고 '페미니스트는 혐오와 차별에 찬성하는 집단이다' 이런 결론을 내면 그 결론이 완전히 틀렸다고 부정할 수 있음?

'페미니스트의 뜻은 원래 그렇지 않고요'하고 설명해봤자 사람들은 그 말을 안 듣는다고. 자기 눈으로 보고 겪은 것들이 있는데, 자기 경험을 부정하겠냐고. 생판 모르는 남이 사전과 여성학책을 들고 와서 설명하는데 그 말을 믿으려 하겠니?

오늘날 기독교의 문제랑 흡사함. 미쳐서 날뛰는 일부를 배제하지 못해서 전체의 이미지가 다 망가지는 것. 자정이 안 되는데. 내부에서는 자정하려고 한다고 억울해하겠지만, 외부에서 볼 때는 그렇게 보이는데 어떻게 함. 페미 이미지가 안 좋아질수록 여성주의 운동은 더 힘들어질 것.

2019/10/05 - [루이후기] - 패알못이 쓰는 패션책 후기

2019/05/03 - [덕질일기] - 사나는 비난 받을 이유가 없는데

2018/11/21 - [루이생각] - 세상은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