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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민경 장군

요즘 매주 수요일마다 오후 6시가 되기를 기다린다. 오후 6시에는 유튜브에서 웹 예능 〈운동뚱〉이 공개되기 때문이다. 주인공인 개그우먼 김민경 씨는 이 웹 예능으로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잡지 화보도 찍고, 건강한 이미지로 서브웨이와 홍삼 광고 모델로도 발탁되는 등의 활발한 활동을 보여준다.

〈운동뚱〉에서 김민경 씨는 ‘근수저’(근육+수저의 합성어)의 모습을 보여준다. 피트니스, 종합격투기, 필라테스, 골프, 축구, 야구 등의 다양한 운동에 반강제로 도전한다. 40살이 다 되어가도록 운동을 거의 해본 적이 없는 백지상태에서 최고의 코치들을 만나서 갖가지 운동 기술들을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이 빨아들인다. 워낙에 기본 피지컬이 좋은 데다 유연하고 운동 지능이 높아서 코치들이 요구하는 대로 몸이 움직인다. 한 시청자는 댓글로 '입력한 대로 출력이 된다. 딜레이나 오류가 없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무언가의 성장을 보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다. 자식이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은 가장 전형적인 선택이고 때로는 식물이나 게임 캐릭터에 이르기까지 늘 사람들은 무언가를 키우려고 한다. 그렇지만 성장을 지켜보는 것은 때로는 지루한 일이기도 하다. 왜 그렇게 만화와 무협지에서 천재가 많이 등장하겠는가. 빠른 성장을 지켜보고 싶은 욕구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의 민경 장군 김민경 씨는 이런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준다. 종목마다 30분씩 2회에서 10회 분량의 예능에서 민경 장군은 초보 상태에서 아마추어 선수 수준까지 자신의 기량을 순식간에 끌어 올린다! 사람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다. 민경 장군은 개그 욕심으로 자신의 성장을 방해하지 않는다. 우직하게 열심히 하면서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누가 싫어할 수 있겠는가.

민경 장군이 운동을 해본 적이 없는 운동 초보이다 보니 무슨 운동을 하든지 매우 초보적인 기술을 배우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이 역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스포츠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스포츠가 얼마나 섬세한 기술로 이루어져 있는지 배울 수 있는 시간이다. 축구를 할 때는 공을 띄우는 것부터 배운다든지 공을 차지 않는 디딤발도 중요하다든지 하는 기초 지식을 어디서 이렇게 즐겁게 배울 수 있겠는가.

다른 사람들의 댓글을 보는 것도 즐겁다. 모두가 다 함께 민경 장군을 응원하면서 민경 장군의 성장에 환호한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스포츠 종목에 민경 장군이 도전할 때면, 민경 장군이 배우는 기술들을 자세히 설명해주면서 민경 장군이 얼마나 대단한지 설명해 준다. 이렇게 자신의 지식을 뽐내고, 그 지식을 즐겁게 받아들이는 공간이 얼마나 소중한가. 

이 〈운동뚱〉의 성공은 당연히 민경 장군의 몫이다. 민경 장군의 성실함과 운동 능력도 한몫을 했지만, 사람들이 김민경 씨에게 갖는 선입견이 있었기에 그 선입견을 깨부수는 짜릿함도 만만치 않게 한몫을 했다. 민경 장군은 정말 근수저가 맞다고 양치승, 김동현, 심으뜸, 김미현, 이천수, 양준혁 등등의 국내 최고의 선수들에게도 인증을 받았다. 처음에는 과연 김민경 씨가 정말 잘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나타내며 갸웃거리던 코치들의 얼굴이 확신으로 바뀔 때 사람들은 거기에 이입하면서 짜릿해 한다.

필라테스에 도전할 때 민경 장군이 '뚱뚱한 사람도 필라테스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 것이 그 예이다. 사람들은 운동을 잘한다고 생각할 때 체지방이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적은, 근육이 많은 사람의 모습을 떠올리지 민경 장군과 같은 체형을 떠올리지 않는다. 민경 장군이 할 수 있다면 나도 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을 심어준다. 실제로 유튜브 댓글에서는 '민경 장군을 보고 운동을 시작했다'는 댓글이 많다. 희망과 자신감을 심어주고 실제 사람들의 건강을 증진하는 선한 영향력은 정말 소중하다. 많은 사람이 열광할 수밖에 없다.

민경 장군은 운동에 대한 고정 관념을 바꾸어놓고 운동 지식을 널리 전파한 장군이 맞다. 앞으로도 민경 장군의 도전이 계속되기를,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희망을 선사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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