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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에서는 '(태어나고 싶지도 않았는데 부족한 부모에게) 낳음 당했다'는 정서와 단어가 유행 중이다. 여기에 동의하는 사람도 많고, 애착을 가진 사람도 많은 듯. 내가 낳음 당했다는 표현을 비판한 트윗을 쓰니까 열심히 반박하시더라고.

사실 모든 사람은 낳음 당함. 부모와 합의로 태어난 사람이 있음? 물론 태아가 출산할 때 밖으로 나오려고 하지만 태어난다는 의미를 잘 알고 태어나지는 않지. 그래도 사람들은 태어나고 일단 태어난 이상 자기 삶의 의미를 찾고 성취하면서 살아가.

'낳음 당했다'는 말은 자신의 출생이 피해라는 뉘앙스를 주거든. 그리고 가해자는 부모님이고. 왜? 아예 '지구의 대기 구성 때문에 생존 당하고 있다'고 지구 때문에 생존 당하고 있다고 말하지. 낳음 당했다는 말은 출생 시 비동의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고 부모를 가해자화해서 자신의 피해자성을 정당화하기 위함이라고.

그래서 무슨 피해를 봤냐고 하면 상대적 박탈감 이야기임. '가난한 부모가 생각 없이 나를 낳았다'는 이야기. 그래 출산과 양육은 신중하게 고려해서 결정해야 하지. 그렇지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고 무조건 불행하지 않거든. 재벌가에서 태어난 자녀들도 자살하거든. 집의 가세가 기울어버린 경우는 어떻게 함? 부모는 자식에게 부유한 환경을 물려줘야 하는 이유가 있음? 부모는 전지전능해서 자식의 행복을 보장해줘야 하는 존재임?

가난한 부모를 욕하느니 차라리 정부 욕을 해서 복지 정책을 확충하도록 유도하는 편이 더 생산적이라고 하니까, 반응이 더 가관이더라. 자신은 부모도 욕하고 정부도 욕한대. 래디컬 페미들이 자기는 흉자도 욕하고 한남도 욕하겠다고 한 거랑 뭐가 달라. 한남은 기계적으로 욕하고 흉자 욕할 때는 악에 받쳐서 욕하더라. 그 꼴 나겠지. 정부 욕은 기계적으로 하고 부모 욕할 때는 온갖 감정을 다 담아서 하겠지.

절대적 빈곤이 아니라 상대적 박탈감 때문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그래. 낳음 당했다는 표현을 쓰는 사람들 대부분 전쟁 없는 선진국인 한국에서 주류 인종으로 태어나 교육받고 생계 걱정 없이 트위터에 시간 낭비하는 사람들임. 그거 다 주어진 자원들이거든. 근데 남들보다 부족하다고 저 징징대는 거.

'부모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만한 환경에서 나를 출산했기 때문에 나는 피해자다'라는 정서가 심화하면 '나는 원하지도 않는 삶을 살아가야 하는 피해자다'라는 생각으로 이어지고 '나는 내 삶에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로 이어짐. 저 위에 명수 짤 보이지. 상담가가 '명수씨는 어머니께 무엇을 해드렸나요?'라고 묻자 '살아있는 거요'라고 대답하는 거. 게임 중독으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부모 지원받으면서 살아도 나는 어쨌든 낳음 당했으니까 살아주기만 해도 고마워하라는 그런 말. '내가 살아 있어서 행복하다'는 생각이 아니라 '내가 살아있으면 불행한데 부모는 좋아한다'는 피해 의식이 있어야 나오는 말임. 저 위의 짤의 명수씨랑 뭐가 달라. 

그리고 더 어이없는 것은 그렇게 사는 주제에 자기애는 넘친다는 사실임. 지까짓게 뭐라고, 전쟁 중에 태어나서 고아로 자라는 사람도 현존하는 세상에서 전쟁 없는 선진국에서 주류 인종으로 태어난 것 정도면 감사해야 하는 것 아님? 지까짓게 뭐라고 자기는 부유한 부모 밑에서 태어났어야 한다고 믿음?

'나는 낳음 당했어.' 이따위 생각하면서 부모에게 책임 돌리지 말고, '어쨌든 내 인생은 내 책임이다'라는 생각을 갖고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살면 안 됨? 싫다고요? 그러면 그렇게 사세요. 근데 님이랑은 말 섞기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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